파묘중 발견된 청도 미라 정체는 1580년생·남성 ‘고성이씨 이징’

국립대구박물관, 청도 고성이씨 이징 묘 출토 복식 보고서 발간 평균보다 큰 키·영양상태 양호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 확인 돼 16세기말~17세기초 조선시대 사회·문화환경 이해 도움 기대

2024-04-10     김무진기자
지난 2014년 10월 경북 청도 고성이씨 문중 묘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견된 회곽묘(灰槨墓)의 주인은 고성이씨 도사공의 후손인 조선시대 이징(1580~1642)이라는 인물로 확인됐다.

회곽묘 발견 당시 관 안에는 누비저고리, 도포, 적삼, 한삼, 버선 등과 함께 미라화된 시신이 있었다.

10일 국립대구박물관에 따르면 여덟 번째 소장품 조사연구 보고서인 ‘경북 청도군 고성이씨 이징 묘 출토 복식’ 발간 과정에서 이 같이 파악됐다.

앞서 국립대구박물관은 청도 고성이씨 문중 묘 이장 때 발견된 출토복식류 117점을 2015년 기증받아 2022년까지 약 7년에 걸쳐 기증품 전체에 대한 보존 처리를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수행했다. 기증품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팀 등이 참여했다.

보고서에는 출토복식류 현장 수습에서부터 과학적 분석 및 보존 처리 결과까지의 전 과정, 출토 유물의 상세한 설명이 담겼다.

특히 이번 조사 성과 중 주목할 점은 무덤 주인(묘주)에 대한 내용이 적힌 묵서가 발견된 점이다.

묘주가 입고 있었던 의복류 수습 과정에서 나온 묵서에는 묘주의 정확한 이름과 거주지, 생몰년 등이 적혀 있었다. 묵서에선 묘주는 이징(1580~1642)으로 현재의 청도군 이서면 수야리에 살았고, 62세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

보고서에는 출토 유물과 관련한 여러 분야 연구 논고 5편도 함께 수록됐다. 논고는 △국립중앙박물관 박승원 학예연구사의 ‘이징 묘 출토 의복류의 구성과 특징’ △국립대구박물관 박운지 학예연구원의 ‘이징 묘 출토 직물류 보존처리 연구’ △국립전주박물관 박미선 학예연구사의 ‘이징 묘 출토 지류 보존처리 연구’ △국립대구박물관 이효선 학예연구사의 ‘이징 묘 출토 목제 치관제구 재질 분석’ △경희대학교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홍종하 교수의 ‘이징 묘에서 발견된 미라에 대한 생물고고학적 분석’ 등이다.

논고에 따르면 당시 염습에 사용된 의복의 종류, 착장 순서 등 장례문화를 비롯해 종이가 닥나무 섬유였다는 점, 목제 치관제구(장례에 사용하는 용품 및 장비) 제작에 소나무가 사용됐다는 사실 등이 확인됐다. 또 CT 촬영, 고DAN 분석, 안정성 동위원소 등의 생물고고학적 분석을 통해 묘주의 생물학적 삶과 관련한 정보도 밝혀냈다.

묘주는 조선시대 일반적인 남성의 평균 신장인 161.1㎝보다 큰 165.1㎝에다 영양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이소폐흡충증(감염에 의한 폐 기생충 질환)을 앓았고,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음이 조사됐다. 고기생학충 분석을 통해 생전에 농작물 외에도 민물고기나 가재 등을 날것으로 섭취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립대구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조선시대 남성 복식 연구를 위한 자료 확보는 물론 당시 사회·문화적 환경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