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응징

2006-07-20     경북도민일보
 이주홍의 단편 `유기품(遺棄品)’은 그의 고향인 합천 나들이에서 부산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일어난 광경을 그린 소설이다.
 일단의 청년들이 시종 상소리로 떠들고 소란을 피워댐으로써 승객들은 망나니 같은 저들을 누군가 혼내주기를 바라는 집단심리가 리얼하게 그려진 뒤, 마침내 한 청년이 버스를 세우고 저들을 끌어내려 초주검이 되도록 두들겨 패고, 길가에 버려 둔 채 버스를 출발시키는 이야기다.
 그런데 환호성이라도 들려야 할 그 버스 안은 이상하게도 침묵이 무겁게 흐른다. 모두가 눈을 감고 있거나 저들을 혼내준 청년과 눈길을 피하기만 한다. 청년들은 내일 장가를 갈 녀석과 우인대표로 갈 친구들로, 하루 전날 부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런 녀석들을 죽도록 두들겨 패놓았으니, 아무리 망나니 같은 녀석들이라 해도 너무 심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거였다.
 보복과 응징은 적당해야 한다. 따귀 한 대 맞았다고 때린 사람을 죽일 수는 없듯이 적당한 선을 지킬 때 응징은 정당화될 수 있다. 국제법에서는 이를 `비례의 원칙(principle of proportionality)’이라고 한다. 보복은 권리침해 수준과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바논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공격에 대해 미국만 뺀 국제사회가 나무라고 있다. 이스라엘 군인 3명을 납치한 레바논 무장세력이 사태를 촉발시킨 책임이 있지만, 이스라엘이 군사력을 불균형적으로 사용한다는 비난이다. 망나니 짓 좀 했다고 내일 장가들   녀석을 죽도록 두들겨 패는 소설 속 이야기나 군인 3명 납치했다고 온 나라를 과도한 무력으로 쑥대밭을 만들고 있는 이스라엘-레바논 사태가 본질적으로 어찌 그리도 닮았는가. 과잉대응에 대한 비난심리도 똑 같다. 작가 이주홍은 40년 전에 이미 과잉응징이 사람들의 지지를 못 받는다는 사실을 말했건만 이스라엘은 아직도 그걸 모르는가.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