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문화제

2008-06-12     경북도민일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중에서 하나를 택하여야 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다.” 육당 최남선이 일찍이 삼국유사를 평하는 글에서 밝힌 말이다. 정사인 삼국사기보다 흔히들 야사로 일컫는 삼국유사에 더 큰 가치를 매기고 있는 것이다. 문학가이기 전에 사학자였던 사람이 이렇게 말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을 법한데도 그는 이 같이 유명한 단언을 남겼다.
 삼국유사를 일러 `성서(聖書 )’ `민족사의 보전(寶典)’이라는 표현도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민족문화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값어치가 크다는 뜻일 게다. 삼국사기가 여러 사관에 의해 씌어진 정사로 그 체재나 문장이 유사보다 정제돼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유사는 사기에서 볼 수 없는 많은 고대 사료를 수록하고 있다. 고조선 관련 기술, 단군신화, 신라향가의 전승 같은 가치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치 크다. 육당은 그런 가치에 주목했을 것이다.
 경주 출생의 보각국사 일연스님은 만년에 노모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 군위 인각사(麟角寺)에 주석하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했다. 청도 운문사 주석 시절인 1281년 경 쓰기 시작한 이래 1283년쯤 이 절에서 완성했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인각사에 깃든 일연스님의 삶의 궤적을 잘 아는 지역 사람들에게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모르는 국민도 많다.
 삼국유사와 일연과 인각사의 인연을 널리 알려 지역브랜드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제8회 삼국유사문화제가 군위 인각사에서 오늘 내일 이틀간 열린다. 백일장 시낭송회 산사음악회 문학강연 같은 행사와 먹거리 장터 운영 등 부대행사도 다채롭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하여 축제를 즐기면서, 우리 고대문화와 역사, 문학을 아우르고 있는 삼국유사 존재의 의미를 잠시 명상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 싶다.
  정재모/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