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kwh로 한달을 살라고?

2006-08-01     경북도민일보
 “괴롭던 장마가 즘즘하더니 찌는 듯한 더위가 또다시 괴롭게 한다.매미는 덥다 못하여 `맵다’고 운다 울어도 사정 없는 더위는 처서를 앞두고 힘껏 기세를 돋운다./…/더위는 참말 덥다.글씨 쓰는 붓대에도 땀이 흐르거든 김매는 호미에는 흐르다 못하여 용솟음도 칠 것이다.노래하는 목청도 타는 듯 하려거든 쇠를 치는 마치에는 불 길이 일 것이다.”
 채의식(蔡義植)의 `찌는 더위와 땅’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요즘 날마다 계속되는 불볕 더위와 열대야가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그동안  장마에 뺏긴 날수를 벌충해야 겠다는 듯 땡볕은 더욱 기승이다.포항·영천은 36도를 가볍게 웃돌았다.밤에는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올빼미는 야행성이다.낮에는 숲속에서 조용히 쉬다가 밤만 되면 내 세상이 된다.때문에 밤이 되면 두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잘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올빼미라는 별호를 지어준대서 이상할 것도 없다.열대야에도 코를 골아가며 달게 잘 수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초인이거나,무신경의 대명사이거나 둘 가운데 하나일 것이 분명하다.
 요즘 같은 밤엔 보통 사람들은 별수 없이 올빼미가 되게 마련이다.이 올빼미족 덕분에 `밤을 잊어 즐거운’사람들이 있긴 하다.대형 마트,과일 상점,얼음 가게….그런가 하면 이 무더위에 대항수단이 없어 고스란히 `더위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웃들도 있다.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소전류제한기’를 달고 여름을 나는 극빈층이다.종전 같으면 단전을 했겠지만 한전이 요즘은 선심쓰듯 시간당 최대 110곙를 공급해준다.이 전력으로는 TV조차 볼 수가 없다.하물며 냉장고라니….
 대구와 포항은 유달리 열대야가 많은 곳이다.지난해 6~8월 석달동안에 포항은 22차례,대구는 16차례 열대야에 시달렸다.그런데도 79곚밖에 안되는 전력으로 한달을 살아가란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