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냄비현상’ 심해져”

2006-08-10     경북도민일보
<삼성硏> “거시경제 부담·내수 위축” 지적  
 
 국내 경기의 순환 주기(사이클)가 매우 짧아져 거시 경제 정책 운용에 부담을 주고 내수를 더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0일 임원급대상 정보사이트 `세리CEO’에 올린 `경기사이클 축소의 원인과 해법’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기의 사이클이 점점더 짧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경기 사이클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냄비 현상’이 심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전 연구원의 보고서와 동영상 강의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기는 경제 지표상 정점을 지나 현재 완만한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이 작년 4.4분기 1.6%를 기록한 이후 올해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1.2%, 0.8%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다, 계절조정 후 분기별 GDP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 2.4분기에 기준치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또 재고-출하 순환지표에서도 재고 증가 속도가 빨라지며 경기 확장이 마무리 단계임을 알리고 있다.
 경기가 지난 1.4분기를 고점으로 2.4분기에 하강기에 들어섰다면, 작년 1.4분기저점에서 시작된 경기 확장(회복)기는 고작 1년 만에 끝난 셈이다. 
 정보기술(IT) 발달과 더불어 경제 주체들이 실시간으로 투자와 소비를 결정하는등 경기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 세계적으로 경기 사이클이 단축되는 현상은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 전 연구원의 지적이다.
 예로서 미국의 경기는 2001년 저점을 지나 4년 넘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기 사이클의 단명 현상에 대해 “전통적으로 경기 변동기 완충 역할을 해 온 재고의 기능이 변한데다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 확대로 본격 경기 위축에 앞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먼저 닫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내수와 수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일반적 상황에서 수출 호조는 내수 회복으로 이어져 이후 수출이 주춤하더라도 내수가 이를 보완, 경기의 진폭을 줄이고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수출 호조가 내수, 특히 소비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해 내수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 연구원은 경기 사이클이 짧아지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반면 예측력은 떨어져 거시 경제 운용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결국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고 경고했다.
 전 연구원은 “경기 주기를 정상화하기 위해 내수와 수출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며 특히 불안 심리 해소를 통한 소비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소비가 지난 2003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일단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경제 안전판이 되고 경기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더구나 하반기에는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상반기보다 소비 증가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근본적으로는 내수의 중심인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투자를 늘려 이 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수출과 내수의 원활한 순환을 돕고 내수의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