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국도

2008-12-01     경북도민일보
 “낙엽의 장례식에/달팽이 두 마리가 가네/검은 껍질을 쓰고/뿔옆에는 상장(喪章)을 달고/저녁나절에/몹시도 아름다운 가울 저녁에/ 그들은 가네/ 오호라 도착해보니/ 벌써 때는 봄/ 죽었던 나무들이/ 모두 다 소생했으니/ 두 마리 달팽이는/ 너무도 낙담했네/…<프레베르/절망이 벤치위에 앉아있다>
 달팽이 같은  느림보 4촌은 굼벵이다. 굼벵이는  동작이 느려터진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욕이 돼버렸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굼벵이 천장(遷葬)하듯’이라든가 `굼벵이도 뒹구는 재주는 있다’든가 하는 말을 곁들여 멸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굼벵이에게 다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매우 짧은 다리가 몸 앞쪽에 3쌍이나 붙어있다. 굼벵이 다리는 약한 불에 볶으면 떨어져 나간다. 한방에서는 다리 없는 굼벵이를 질그릇에 푹 끓여 짜낸 국물을 간암 치료에 쓰기도 한다. 굼벵이도 마구잡이로 멸시만 할 존재는 아닌가 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김천)이 달팽이를 속기록에 남겼다. 동해안 7번국도 137.83㎞ 4차선 확·포장공사가 20년째 뭉그적거리는 사실을 꼬집으며 달팽이를 등장시켰다. 7번 국도 공사는 작년까지 128㎞가 끝났는데 이는 달팽이가 20년간 이동한 거리와 신통하게도 맞아떨어진다. 달팽이 이동 속도가 초속 0.233㎝란다. 3년이면 충분한 공사다. 여기에 20년동안 8988억원을 쏟아부었다고 질타했다. 기네스 북에 오를 일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프레베르는 낙엽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길을 떠난 달팽이의 절망을 읊었다. 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7번 국도 공사에 지치고 화가 잔뜩 나있다. 요즘은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까지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 7번 국도에 새 이름을 붙여주려고 소송준비를 하는 사람은 없는지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7번 국도에 새 이름을 붙여준다면 `달팽이 국도’?  김용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