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고기 명태가 `金太’

2009-01-11     경북도민일보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처럼 명태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고기다. 그만큼 이름도 많았다. 얼리지 않은 것은 생태, 말린 것은 북어,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겨울철에 잡아 얼린 것은 동태다. 얼리고 말린 것을 몇 달 동안 반복한 것은 황태,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로 불리고 있다. 봄에 잡은 것은 춘태, 산란을 해 살이 빠진 명태는 꺾대,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網太), 낚시로 잡은 것은 낚시태, 그 밖에 은어바지, 애기태, 막물태, 석달바지, 대덕북어 등 지역이나 잡히는 시기, 잡는 방법 등에 따라 많은 별칭을 가졌다. 풍부했던 만큼 서민적일 수밖에 없었다. 명태 없이는 제사를 못 지낸다고 여길 정도로 이 고기는 서민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내장은 창난젓갈, 알은 명란젓, 대가리는 귀세미 김치, 눈알은 술안주, 꼬리와 지느러미는 맛 국물을 내는 데 쓰였다. 사람들은 이 물고기로 36가지나 되는 음식물 을 만들어냈다. 명태는 음식재료 역할만 한 것은 아니었다. 6·25 전쟁 전후 춥고 가난한 문인들이 소주로 삶의 허기를 채울 때 편안한 안주거리가 되어주었다.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양명문의 시 `명태’). 소주와 마른 명태는 이후 문학지망생들의 치기어린 상징으로 굳어졌다. 올 설 차례상 필수품목 중 명태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최근 설 필수품목 25종류의 소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명태는 한 마리에 3,13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1,910원과 비교해 64%나 뛰었다. 이제 근해에서는 거의 잡히지 않은 탓이다.
 주요 어장인 동해에서 명태 어획량이 급감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바닷물의 온도 상승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산업화의 부작용이 서민 먹거리와 명절 문화마저도 빼앗아가는 현실이랄까.  金鎬壽/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