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영혼이 배부르지 않는 한 나는 거지다 ”

2006-08-20     경북도민일보
  바보 이반의 `산 생활’을 적은 생명의 노래 
 
 
“제일 먼저 버리면 좋은 것. 손 안의 시계, 발을 묶는 돈. 두리번거리지 마라. 마음의 눈 하나면 충분하다.”
 자연농법 창시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글이다.
 문명이 고도화하는 만큼 문명과 등을 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들은 문명을 등짐으로써 어떤 행복을 찾아낸다.
 노장철학을 공부하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학자의 길을 걷던 최성현 씨는 어느 날 도시를 떠나 산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는 산속 자기 집에 `바보 이반 농장’이라는 작은 문패를 만들어 단다.
 톨스토이 우화 `바보 이반’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손에 못이 박히지 않은 사람은 식탁에 앉을 자격이 없다는 이반식 삶을 실천한다.
 그가 책을 냈다.
 `산에서 살다’(조화로운 삶 펴냄)라는 제목으로 된 책이다.
 그는 인간은 땀흘린 만큼만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쌀만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
 영혼의 배가 부르지 않는 한, 쌀이 창고에 가득해도 나는 거지다.
 씨앗을 모아 두고, 모내기를 하고, 물 관리를 하고, 잡초를 베고, 벼를 베고, 탈곡을 하고, 밥을 먹는 그 순간순간 맑게 깨어 있는 것이 거지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오늘 종일 벼를 베며 알았다.”
 최성현이 농사짓는 규모는 크지 않다.
 벌레와 풀을 한 식구처럼 여기는 자연농법 방식으로 자급자족할 정도로만 논농사와 밭농사를 짓는다.
 뽕나무 밭에서 나오는 오디로 발효음료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팔아 생활비를 마련한다.
 그의 논에는 저절로 미나리밭이 생겼고, 거머리와 미꾸라지, 야생 달팽이와 소금쟁이가 산다.
 그들과 최성현은 바보 이반 농장 안에서 동일한 생명체다.
 그의 삶은 아주 자연스러운 수행이다.
 자기 입에 들어갈 것들을 손수 농사지어서 먹는 것 그 자체가 숭고한 수행이다.
 벌레나 풀과 싸우지 않고, 농사 자체가 곧 공부가 되는 그런 삶이 수행이 아니고 무엇이랴.
 1년 내내 땅 한 번 밟기 힘든 삶을 사는 도시인들에게 이 책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책으로나마 흙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자연에 가까운 삶이 가장 인간적인 삶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크리족 인디언 예언자 말을 인용한다.
 “마지막 나무가 베어진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때야 그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여정엽기자 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