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힘들지만 자격증 따서 가족들에 새 희망 안겨줘야죠’
2009-02-09 경북도민일보
제2의 인생은 이제부터…자격증 취득에`구슬땀’(上)
포항 한 직업전문학교 강의실에서 40대 수강생들이 자격증 취득과정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가장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경기불황은 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기만 한다. 하지만 벗어버릴 수 없는 것이기에 이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오늘도 신발끈을 다시 졸라매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가장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9일 오전 포항지역 한 직업전문학교에서 만난 박수용(43·가명)씨는 강사의 강의 내용을 빼곡히 정리한 노트를 손에 들고 있었다.
직업전문학교의 강의실 대부분이 수업의 열기로 후끈 달아 오르고 있었다. 대부분이 20~30대 였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40~50대도 군데군데 보였다.
박씨는 지난해 7월 직장을 그만 둔 뒤 새로운 직장은 구하지 못해 전기배선 공사현장과 건설현장을 전전하다 지난 해 12월 용접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직업전문학교를 찾았다.
박씨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막노동이 가장 하기 쉽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쉬운 것만은 아니다”며 “당장 하루 벌어먹는게 급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점점 크는것을 보면서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붙잡으려면 자격증을 따야할 것 같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씨 가정의 경우 부인이 버는 월급으로 모든 가족들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달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이다.
박씨는 자신의 무능함으로 가족 모두가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보니 박씨는 겉으로는 표현하지는 않지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김성훈(45·가명)씨도 인생의 재도약을 위해 뒤늦게 위험물, 가스취급이라는 다소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었다.
작은 식당을 운영했다는 박씨는 경제난으로 식당 경영이 어려워져 지난해 여름 가게문을 닫고 말았다. 처음엔 불안한 마음으로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다 보니 다음 날도 일을 나갈수 없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김씨의 무직생활은 가정불화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생활이 불안해 술을 마셔댔지만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 정신을 바로 차리게 됐다”면서 “마침 직업전문학교에서 무상으로 교육도 받을수 있고 취업알선도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장은 힘들고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김씨는 조만간 자격증을 취득해 새로운 인생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포항 한동직업전문학교의 경우 연간 400여명의 입학인원 가운데 40~50대의 입학생이 전체 30%대에 달하고 있다.
정원택 한동직업전문학교장은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40~50대 중·장년층의 수강신청과 관련 취업이 꾸준한 지속세를 보이고 있다”며 “산업현장과 일부 특수직의 경우 젊은층보다 시간투자나 노련미가 더해지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장년층의 역량이 더욱 발휘될 수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우기자 jjong@h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