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 잊고 산 `06 여름’

2006-08-21     경북도민일보
 “여름의 해수욕장은 어지러운 꽃밭이었다. 청춘을 자랑하는 곳으로 건강을 결정하는 곳이다. 파들파들한 여인의 육체, 그것은 탐 나는 과일이요,찬란한 해수욕복 그것은 무지개의 행렬이다./…/해수욕장에 오는 사람들은 생각컨대 바닷물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청춘을 즐기고자 함과 같다.”
 이효석의 `계절’ 가운데 한 대목을 옮겨보는 것은 정말로  오래간만에 지면에 실린 해수욕장 기사 덕분이다. 개장 안내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폐장 결산 기사를 읽고서야 바다를 떠올리게 됐다. 45일 동안 바다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는 이야기다. 물난리,가마솥 더위, 포항 건설노조의 파업과 시위 이런 것들에 온통 정신이 팔려 지낸 탓이다. 폐장 결산 기사를 읽으며 바다를 생각하다니 마치 갓쓰자 파장하는 꼴이다.
 경북 동해안 28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374만4000명이고 이 가운데 포항 7개 해수욕장에 239만1000명이 몰렸다고 한다. 해양 도시 포항의 위상이 거듭 확인되는 숫자다. 눈여겨 볼 대목은 포항지역 해수욕장에도 `빈부 격차’현상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월포·북부 해수욕장에 절반 이상이 몰렸으나 송도·도구는 파리만 날려야 했으니 `양극화’소리가 나오게도 됐다.
 포항지역 해수욕장 내장객 숫자를 놓고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름내 찬밥신세였던 남쪽 해수욕장 상인들과 건설노조원들이다. 상인들은 통계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노조원들은 “시위 때문에 여름장사 망쳤다더니 거짓말을 잘도 한다”는 표정이다. 저마다 발붙이고 선 자리에서 보는 각도대로 하는 소리니 탓할 일도 아니다.
 딱하기는 바다의 도시에 살면서도 온 가족이 바닷가 나들이 한번 못해본 사람들이다. 바닷바람은 커녕 여름내 비지땀만 쏟지 않았던가. 하루바삐 파업이 끝나 값진 구슬땀을 일터에 뿌릴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