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등걸 농심

2006-08-22     경북도민일보
 식물도 육식(肉食)을 한다. 그 종류는 수백 가지나 된다. 곤충이 먹이감이니 육식이 아니면 뭔가. 우리가 잘 아는 끈끈이주걱이 좋은 본보기다. 잡은 곤충을 완전히 소화하는 데는 이틀 쯤 걸린다. 식충식물인 보르네오의 네펜테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파리지옥풀은 동물로 치면 `맹수급’이랄 수 있다.
 동물이 식물을 먹건, 식물이 곤충을 먹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햇빛이고 햇볕이다. 태양 에너지는 사람이 전세계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의 1만 갑절이나 된다고 한다. 이 태양에 사람은 먹을거리에서부터 동력, 통신에 이르기까지 의존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 때문에 태양의 종말이 가끔은 관심거리가 되기도 한다. 만일 해가 꺼진다면? 전문가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앞으로도 1000억년은 더 버틸 연료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80억년 뒤엔 지구 온도가 100도까지 올라가리라는 것이다. 지구 생명체의 한계는 여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100도는커녕 체온 언저리를 맴돈 무더위에도 두손들고 말았다. 물폭탄과 찜통더위가 기승이었던 올여름 날씨는 농산물까지도 못살게 굴고 있다. 장마 탓에 일조시간이 100시간 정도 모자란 데다 병해충의 횡포가 예사롭지 않다. 새빨갛게 탐스러워야 할 고추는 역병,탄저병에 누렇게 말라 죽어버렸다. 콩밭엔 9종이나 된다는 `노린재’일파가 즙액을 빨아 먹어 빈깍지를 만들고 있다.
 열매는 어떤가. 노지 수박은 2만원까지 치솟을만큼 귀물(貴物)이 되어버렸고, 사과와 복숭아는 진작부터 흉작이 예고되어오고 있다. 날씨와 갖가지 병해충의 연합전선이 농민 가슴을 숯등걸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벌레 잡아먹고 사는 농작물은 못만드나. 브랜드 전쟁 시대에 식충농산물이야말로 금메달 감이 될텐데. 그러면 농약도 필요없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닌가.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