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이 농수협 비리 부채질한다

2009-03-26     경북도민일보

 
 공직자 비리가 갈수록 판을 키우고 있다. 유사이래 공직자와 부패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녔으니 이상할 것도 없겠다. 비리 규모에 따라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으면 되는 일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니 탈이다. 이상한 사람은 “일벌백계” “발본색원” “재발방지”를 입버릇처럼 되뇌는 고위직들이다. 그럴수록 비웃음만 사는 엄포는 왜 놓는가.
 높은 분들의 엄포와 호령은 서슬 퍼렇지만 정작 휘두르는 징벌 기구는 솜방망이다. 세상에 솜방망이로 얻어맞고도 아파할 사람은 없는데도 손에서 내려놓지를 못하는 까닭이 궁금해진다. 극명한 사례의 하나로 농수협의 비리를 살펴보면 된다. 농협은 지난 3년 동안 3000만 원 이상 횡령 임직원 19명을 자체 적발하고도 10명을 형사고발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는 2억7100만 원을 횡령한 4급 직원도 들어있다. 그를 면직처분했을 뿐이다. 수협 또한 1억8400만 원을 횡령한 3급 직원을 똑같이 처리했다. 솜방망이 처벌의 전형이다.
 농협은 임직원 범죄의 고발 원칙이 서있다. 그러나 형사고발하면 농협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진다는 징계위원회의 판단이 이를 막고 있다. 들출수록 구린내가 진동할 테니 얼른 덮어버리자는 심리다. 잘못된 생각이다. `내 식구 감싸기’ `온정주의’가 `한탕’의 유혹을 부채질해주는 꼴이다. 이래가지고야 어느 세월에 `부패 제로’가 되고 `클린 행정’이 이뤄지겠는가.
 농·수협 임직원의 비리는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국정 전 분야에 걸쳐 부패현상이 만연돼있다. 비리 규모도 저질렀다하면 `억’대가 흔하다. 범죄의 판이 이렇게 커진 데는 냄새가 더 두려워 대충 조사하고는 덮어버린 상급자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공금횡령 공직자 58%가 자체징계만 받았다. 자체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제는 법을 어긴 당사자뿐만 아니라 매를 드는 시늉에 그친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때가 됐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사태를 불러들인 책임이다. 규정이 있어도 그 규정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린 책임이다.
 형사고발하면 실형을 받게 될 범죄임이 뻔한데도 눈감는 것도 불법이다. 국민의 돈을 주머니 용돈, 임자 없는 돈쯤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로 잡으려면 공돈이라고 여기고 횡령했지만 `밑지는 장사’로 끝나게 만들어야 한다. 농·수협이 썩는데 농어민이 잘 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