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늦어질 경주 방폐장 더는 지체 없어야

2009-06-02     경북도민일보
 

 경주 양북면 봉길리에 건설하고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완공 시한이 또 늦어지게 됐다. 그것도 자그마치 2년6개월이다. 당초엔 2009년말 완공하려던 것이 건설운영 허가를 얻느라 6개월이 늦어졌다. 이번에 또 2년 6개월을 늦추었으니 모두 3년이나 지체될 수밖에 없게 됐다. 진입동굴의 암질 등급이 예상보다 낮아 동굴 굴진과 보강작업에 사건이 걸린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온갖 고비를 넘겨가며 방폐장 터를 골랐으나 그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님을 배우게 된 셈이다.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공사 기간 지연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당장 다급하게 됐다. 저장능력 1만7400드럼인  울진원전은 연말이면 불과 몇 백 드럼의 여유 밖에 없다. 월성원전은 9000드럼을 저장할 수 있으나 연말엔 초과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방폐장이 완공될 2012년 12월까지 계속 넘쳐날 폐기물 처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덩어리가 되고만 것이다. 보관 중인 폐기물들을 지상 시설인 인수저장시설로 반출해 공간을 만들겠다는 복안이지만 옹색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인수저장시설이란 방폐물을 처분 동굴로  옮기기에 앞서 방사능측정기,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방사능 농도, 유해물질 포함여부를 가려내는 정밀검사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방폐장의 필수시설이다. 이를 방폐물 임시 저장장소로 쓴다면 필수시설의 확장이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를 경우도 계산에 넣어야 할 일이다.
 또한 공사 기간이 연장됐고 보면 공사비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공사비는 700억원이 더 들어가리라 한다. 방폐장 총공사비 1조5000억원의 5%미만이어서 사업예비비로 충당하면 된다지만 가볍게 여길 일도 아니다. 임시 저장공간을 넓혀갈 때마다 공사비는 계속 필요할 것이 아닌가.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이 이런 저런 까닭으로 3년이나 늦어지는 걸 보면서 고준위 방폐장을 생각하게 된다. 중·저준위 방폐장 입지 선정에 걸린 시간이 무려 얼마였던가. 국토의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다시피 하면서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었다. 그 사이에 국민이 겪은 고통은 또 어땠었나. 기억을 되살려 되돌아 보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은 계속 늦어지고만 있다. 예상조차 못했던 이런 일들을 교훈삼아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건설 부지도 이제 선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설령 부지가 선정된다 해도 중·저준위 방폐장 때처럼 잃어버리는 시간이 몇 년이 될지도 모를 것임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