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의 빚더미

2006-09-04     경북도민일보
 영국 정치인 리처드 스틸이 어느 날 빚을 얻으려고 한 친구를 찾아갔다.그가 요구한 금액은 600파운드. 친구가 놀라며 물었다.“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 이번엔 스틸의 얼굴에 구름이 끼었다. 잠시후 친구가 들은 대답은 “빚 갚으려고”였다. 빚을 얻어 빚을 갚는 방법이니 오늘날의 카드돌려막기와 다를 게 없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영국의 문인 찰스 램이 친구에게 5실링을 꾸려고 했다. 그러나 친구는 가진 게 반 크라운밖에 없어 주머니를 털었다.얼마 뒤 길에서 찰스 램을 만나게 된 친구가 빚독촉을 했다.그러나  찰스 램의 반응은 어정쩡했다.“나한테 반 크라운빌려간 것 벌써 잊었나?” “아니 그게 아니고….나는 5실링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자네가 아직 다 주질 않아서….”빚 받으려던 친구는 졸지에 빚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전국 광역단체 주민 가운데 가장 빚이 많기로는 대구시민이 첫번째라고 한다. 대구 시민 한 사람에 94만2000원 꼴이라고 한다. 어느 국회의원이 지자체들의 재정상황을 분석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기초단체로는 강원도 양양군이 첫손 꼽혔다. 한 사람이 177만7000원 꼴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충남 계룡시에 이어 경북 영양군이 전국 네번째다. 영양군민 한사람이 짊어진 빚은 106만8000원이다.지하철과 도로건설,수해복구 따위가 그 원인이다.지자체의 새 청사를 짓느라 빚이 많은 곳도 있다니 황당해지기도 한다.
 태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빚은 인간 생활의 일부가 되어오고 있다.소크라데스 같은 명망가도 닭 한 마리를 빚지고 죽었다지 않는가.빚에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시피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세익스피어를 비롯한 수많은 지성들도 빚을 벌레보듯 품평한 어록들을 많이 남겼다.개인 빚은 아니라지만 지자체 빚도 본질은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사랑의 빚말고는 아무 것도 빚지지 말라’고 하나보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