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어업인부부 “추석이 코앞인데…”

2009-09-20     경북도민일보
 
 
파도 하나  없이 쾌청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20일 포항시 구룡포읍 구룡포항에는 출어를 포기한 채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즐비하다. /임성일기자 lsi@hidomin.com

구룡포 어촌 불황 심각… 관광어촌으로 거듭나야
 
 한때 어업전진기지로 영화를 누려온 포항 구룡포어촌이 쇠락하고 있다.
 이제 70~80년대 번창한 모습은 역사의 뒤안길에 묻혔다. 추석이 눈 앞에 닥쳤지만 어촌모습은 마냥 한산하다. 그리고 수협위판장이나 항포구, 어촌 어느 곳 할 것 없이 추석경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불황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저 있다.
 “올 여름 장마가 얼마나 길었습니까. 바다수온은 어쩌구요. 저온현상도 너무 길게 뻗쳤지요. 동해안 연안환경이 이지경이 됐으니 어촌이 생기가 있을 리 있겠습니까.”
 구룡포어촌계장 허남한씨의 넋두리다.
 그의 하소연처럼 구룡포어촌계 어민들은 모두가 올 여름 내내 손을 놓고 지냈다.
 “바다에 나간들 어디 고기떼가 보여야 잡지요. 바다 수온이 높으니 오징어는 물론이고 그많튼 명태마저 서해안으로 달아나 버렸으니….”
 그는 60대 어민부부가 거센 파도와 싸우며 뼈가 빠지게 일해도 한달 수익은 고작 100만원도 채우기 어렵다고 말한다.
 구룡포 5150가구 어촌계 어민들은 올들어 집집마다 출어회수가 불과 열흘도 안된다. 계절 어류마저 사라지면서 바다에 나가봤자 출어경비조차 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어민소득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다.
 조상대를 이어 구룡포 앞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삶고 살고 있다는 김천수(65)씨.
 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올 여름 소득말이요. 20여 일 바다에 나갔지만 빈손인 날이 많습니다. 며 칠은 문어도 잡고 잡어도 조금씩 잡아 판장에 나가 하루 10여만원을 버는 날 도 있었지만 공치는 날이 훨씬많고보니 빗만 늘지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리 없지요.”
 그는 말을 하다말고 추석걱정이 앞서서인지 연거푸 담배를 피워 문다.
 “고기 몇 마리 잡아봤자 면세유 기름값도 안되니 이제 고기잡는 일을 그만 접을 생각을 한답니다. 나뿐만이 아니지요, 구룡포에 사는 어업인들은 모두가 언제 바다를 떠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이 것이 지금 구룡포 어촌의 모습이랍니다.”
 면세유 가격은 드럼당 19만원. 어구,어망도 몇 년전에 비해 2~3배나 뛰었다. 선원 인건비도 만만찮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파리도 극성이다. 어업환경이 최악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어업인들이 더이상 어촌을 지키며 살 수가 없는 지경이다.
 /이영균기자 lty@h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