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거울을 보면아직도 그 사내가거울 앞에 서 있다. 그 사내는 어디서 많이 본 듯 낯익은 얼굴이다. 그 사내는 남이 나이고바로 나다.
김시종 남이 지은 정자라고,폄하는 말 함부로 말게. 어느날 갑자기비를 만나정자에 들지어찌 아는가. 큰 비 만나정자에서 피하니정자지은 이의 선견지명놀랍기만 하더군.
김시종 숨어서 우는 달의흥건한 눈물이 밤비련가. 비 오는 밤엔, 그런 밤이면달 모습을 볼 수 없다. 흐느끼는 울음소리만 들릴 뿐눈물도 볼 수 없다.
김시종 한여름에 불어닥친,때 아닌 된바람. 이번 겨울은,얼마나 긴 혹한이 될랑가? 무시로 부는 북풍!이 땅은 흔들리는 바람받이다.
김시종 언제부턴가입이 뾰족한석류가 밉다. 입술을 함부로 놀려심기를 건드리는 남자때문에 주둥이를 뾰족하게 내민 석류조차그전처럼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김시종 돌아가신 어머니와화투치는 늙은 효자를 보게. 아들은 늘 선(先)이 되어어머니 영정 앞에화투장을 돌리고, 자기차례가 끝나면어머니 화투를 대신 쳐준다.
김시종 유월초 모심기 때첫 이 밥상을 차려올리더니 팔월초 논매기 때쌀독밑을 긁은 쌀로밥상을 보았구나. 이팝나무는 이 땅의 누구보다도농사를 잘 챙겨주는신통방통한 나무.
김시종 격랑을 달래기 위해암자를 지어 놓고,목탁을 두드리며염불하는 바랄스님. 가슴의 노도를 잠재우려고,山寺 찾는 어린 중생. 오나가나 세상은 파도삶은 파도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