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거지도, 거리의 연예인이다. 품바타령 년수를 연예인 경력으로 치더라. 그렇구나. 내가 연예인을, 걸인으로 착각했구나.
김시종 빗질하듯 미나리를 다듬는, 어머니를 보옵네다. 미나리를 다 세어도, 열단도 채 안되는 분량. 그래도 어머니는 생애를 걸고, 미나리를 손질하네요.
김시종 보통사람인 내가 요만큼 사는 것도, 벌금을 거의 안했기 때문. 어떤 사람은 쾌락을 탐하다 전재산을 여성에게 벌금내고, 남은 건 가난과, 후회뿐이더라.
김시종 봄철은 이사철… 우르릉! 쾅쾅! 하늘에도 달구지 구르는 소리. 하늘도 밤길이 어두워, 번쩍번쩍 외등을 켜다. 하늘, 땀이 다르지 않네. 이웃집도 이 봄에 새집으로 떠났다.
김시종 백목련 진 자리, 흰눈 소복 쌓였다. 겨울눈 녹은 자리, 목련꽃잎 본눈 한마당. 볕에도 녹지 않는, 별난 흰눈 보겄네.
김시종 겨울은 폭군이다. 지난 가을 노인정에서 도란도란 이바구까던 노옹(老翁)들을 추방하고, 노인정엔 겨울바람이 혼자 앉아 하루종일 울게 한다.
김시종 찐빵없는 빵집은 있어도, 예수없는 교회는 없겠죠. 생각이 짧으면서, 당신이면 대수입니까? 다른 것 다 있어도, 의리없으면 전무지요.
김시종 효자눈엔 만개한 목련이,꼭 어머님의 환생인 듯 바람둥이에겐 저 목련이,놓쳐버린 연인의 뒷모습. 반듯한 지아비의 동공엔,화사한 백목련이,행주치마 잘 어울리는안해얼굴 분명해라.
김시종 백목련이 하도 좋아, 즉흥시를 읊조리고… 그림은 그릴줄 몰라, 대신 사진을 찍는다. 티 없닌 눈부신 차림새가, 이대로 열흘만 가면 좋겠네.
김시종 15년간 갈증을 달래준동네우울에 방분(放糞)하고, 뒤도 안돌아보고,야멸차게 떠나는 사람. 간절히 자네를 위해 비네.방분한 우물 다시 마시지 말길…
김시종 막말꾼이 북악 아래 살고 있다. 그의 이웃들도 하나같이 막말꾼뿐이다. 말이 씨앗이 되어, 팔자를 만든다는데, 막말꾼들은 입만 열면, 막말의 홍수다.
김시종 아들이 서른셋이 되도록,취직도 못하고,거시기하게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 제발 적선한번만 거뜰더 봐주이소. 서른셋이 `설은 셋’이 아니라,삼삼한 나이가 되게시리 말입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