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는 지배계급 내부의 일부세력이 무력 같은 비합법적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기습적인 정치활동이며 그 목적은 동일체제 내에서의 지배자 교체다. 민중의 지지를 필요로 하진 않지만, 사후에 억지로라도 민중지지를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동서고금에 있어왔다. 혁명은 변혁을 위해 이제까지의 피지배계층이 권력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는 권력교체의 형식이다. 비합법적이라는 점에서는 쿠데타와 같지만 혁명의 주체는 당시의 피지배계층인 데 비해 쿠데타 주체는 권력 내부자란 점에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민중의 지지가 꼭 필요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이 정도의 개념 정리만으로도 혁명은 긍정적인 것이고 쿠데타는 나쁘다는 생각을 누구나 가질 법하다. `혁명’ 위에다 동학, 4·19, 오월 같은 말을 얹으면 그건 좋은 뜻의 역사로, 쿠데타 위에다 예의 5·16, 12·12 같은 말을 올려놓으면 나쁜 역사로 인식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쿠데타라고 다 나쁜 게 아닐 수도 있음을 오늘 태국에서 본다.
태국에서 지난 19일 저녁 부패한 탁신총리의 제거를 명분으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전복시켰는데도 국민들은 그 군인들을 향해 브라보를 외친다. 거리의 시민들은 이번 쿠데타를 피플파워, 즉 혁명이라고도 말한다. 민심을 군인들이 그대로 옮긴 것이라며 오히려 거리는 축제 분위기다. 쿠데타와 혁명은 정권을 내놓는 집권자가 민심을 잃었느냐 아니냐로 구분해야 한다는 학설이 나올 법도 하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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