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던 우리 농촌에 기계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기는 60~70년대였다. 경운기 한 대만 있어도 농사철엔 제법 짭짤한 돈벌이가 됐던 시기다.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일해주고 받는 품삯이 쏠쏠했다. 못줄에 맞춰 모내기를 하던 시절에 나타난 이앙기는 신기하기까지 했다.
지금 농촌은 가장 바쁜 때다.논농사,밭농사를 가릴 것 없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쓸 지경이다.갖가지 신식 농기계가 일손을 대신해줘도 그렇다.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농사만큼 `때’가 중요한 것도 드물다.하위지(河緯地)의 권농교서(勸農敎書)에 딱 들어맞는 대목이 나온다.“무릇 농가의 일은 시기를 일찍 서두른 자는 소득이 또한 이르고,힘을 많이 쓴 자는 수확이 역시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정(農政)의 중요한 것은 오직 때를 어기지 않고 힘을 빼앗지 않는 데에 있을 뿐이다.”
이 중차대한 농번기가 5·31지방선거 탓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가뜩이나 일손이 달리는 형편인데 몇 안남은 젊은이들마저 선거운동에 `징발’되다시피 하고 있는 까닭이다. 조그만 농촌지역에 수십명이나 되는 후보자들이 키를 재고 있으니 운동원이 동날 지경인 것은 훤히 내다보인다. 이 때문에 품삯이 뛰고, 농기계 사용료 또한 오르고 있다.
선거와 농사.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렇다면 선거철이 길을 비켜주는 게 옳은 일 일 것이다.장삼이사(張三李四) 올망졸망한 후보들이 난립해 동네 인심 사납게 만드는 선거제도부터 고쳐야 할 것이고.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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