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朴正人·당시 60세). 백두산 아래 길림성 안도현 이도백하진. `장백산국제여유빈관(旅遊賓館)’ 총경리. 1998년 이후 백두산을 다녀온 사람들 중 이 사람을 기억하는 이가 더러 있을 법하다. 자신의 호텔에 든 손님들과 곧잘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었다. 호미곶자도 4년 전 어느 여름날에 만났다. 그날밤 `중국이 소수민족을 배려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더라’고 연길에서 들은 말로 허두를 떼자 그는 일언지하에 부정했다. “중국이 사기를 치고 있는 겁니다. 결국은 소수민족의 자치권 인정 않고 그들이 직접 지배합니다.”
300만 달러를 투자하여 매입하고 개·보수하여 98년 5월에 신장 개업한 장백산국제관광호텔 정원 한쪽에는 검은 화강암 기념비 하나가 서 있다. 호텔 전신은 본디 유에후아(岳華)호텔이었는데 1983년 당시 권력자 등소평이 백두산 등정 때 투숙 기념으로 남긴 글귀 `不登長白山 終生遺憾(백두산을 오르지 않으면 평생 유감)’가 음각돼 있다. 권력자가 자고 간 호텔이라면 손님 끌기에도 유리해 세워둔 기념비이리라.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지역에서 한국 흔적 지우기에 바쁜 중국 길림성 장백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가 백두산 부근 한국인 투자 숙박업소들을 쫓아내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박정인씨도 연내에 호텔을 철거하라는 공고문을 받았다는 보도다. 96년부터 30년 계약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아직 20년이나 기간이 남았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하지만, `비단장수 왕서방’들이 바로 저들이다. 박씨가 했던 말, `중국은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는 말이 귓전에 맴돈다. 신의를 버려도 좋을 만큼 중국은 이제 부자가 되었는가.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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