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둥근달처럼 넉넉한 무료주차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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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둥근달처럼 넉넉한 무료주차 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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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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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鎬壽
편집국장
 
 지난 추석 연휴에 학교 운동장을 지역 주민들에 무료 주차장으로 개방해 주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초등학교 뿐만 아니다. 일부 공공기관도 개방했다. 추석뿐만 아니다. 이들 일부 초등학교나 공공기관은 설 연휴는 물론,더 나아가 최근 공휴일,주말까지도 운동장이나 주차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인심 좋다는 시골 얘기가 아니다. 사람 살기가 각박하다고 알려져 있는 지방도시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다른 도시가 아니다. 철강과 첨단과학도시 포항 시내 일부 도심 초등학교와 포항세무서의 이야기다. 지역 주민들에게 다소간의 주차 편의라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모처럼 고향 마을을 찾아온 출향인사,또는 외지인들로서는 무료 주차인심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게다.작은 아이디어인 듯하지만 마치 학교의 큰 운동장만큼이나 넉넉한 한가위 인심을 모처럼 고향을 찾은 출향인사들에 듬뿍 안겨준 것이다. 이웃을 조금이라도 배려하고자 하는 훌륭한 손짓이라 할 만하다. 이것을 보면 추석이란 명절이 왠지 사람들의 마음을 선하게 만들어 주는 어떤 신비한 작용을 하는 것 같다. 턱없이 모자라는 주차시설로 인해 도시의 주차난이 심각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주차를 하지 못해 시가지 곳곳을 빙빙 돌아 본 사람들이라면 그 고충이 어떤지 대충 안다. `주차전쟁’이다.
한 초등학교는 운동장 개방 외에 담장까지 최근 헐어버렸다. 그리고 이 자리에 아담한 화단을 만들었다.누구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사방으로 문을 활짝 연 것과 다름 없다. 담은 높을수록 그만큼 이웃과 더욱 거리감을 둔다는 징표로 볼 수 있다. 주위와 어울리기를 거부하는 일종의 몸짓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교롭게도 추석명절 무료주차를 허용한 한 초등학교 부근의 한 공공기관은 어떤가. 인접한 작은 초등학교와 너무 대비된다. 사방이 높은 담으로 둘러쌓여 있는 이 공공기관은 이번 추석 연휴동안 정문을 굳게 잠궈 넓직한 주차장이 텅빈채 외부 사람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이 공공기관 뿐만 아니다. 대다수 지역 공공기관이 같은 상황이다. 흉한 주차 인심을 실감케 해준다.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한다. 높은 신분일수록 그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공공기관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된다. 국가적인 큰 지원 속에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일년 중 추석이란 명절날 단 한 번도 도시의 주차난이란 국민적 고통을 분담코자 하는 생각조차 가진 적이 없는 듯하다. 물론 나름대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게다. 그럼에도 일단 보기엔 이웃 초등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시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내준다거나 세무서가 주말이나 평일에도 기관 주차장을 지역민들에 편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단이 아니다. 이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학교만 하더라도 손꼽을 정도다. 주차편의를 제공하는 국가공공기관도 지역에선 세무서 한 곳뿐이다.
그래서 이들 학교와 세무서의 넉넉한 주차 인심이 더욱 돋보인다. 도시 농촌할 것 없이 주차난이 얼마나 심한가. 툭하면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불거진다.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벌어질 정도로 살벌하다. 집 앞 길에 한 평의 공간만 있어도 자기 차 외에 다른 차를 주차시키지 못하게 한다. 인접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 잠시 주차해놔도 당장 차를 빼라고 불호령하듯 하는 게 현실이다. 추석의 의미를 꼭 멀리서 거창하게 찾을 필요만은 없다.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작게라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노력과 시도들이 그것이다. 어떤 형태의 손짓과 몸짓이든 관계없다. 학교나 세무서의 후한 주차인심이 대표적 예다. 이런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여 추석이란 우리 민족 특유의 화합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아닌가 한다. 이 때문에 추석이 더욱 `명절’다워지게 된다. 추석을 왜 민족최대의 명절이라 하는가.
아무래도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스스럼없이 하물고,또 문을 열게 되는 `후한마음’때문일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따스한 정(情)’의 교감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정의 실체는 한가위 보름 달빛처럼 세상 곳곳을 두루두루 은은하게 비춰 주는 넉넉한 포용력 같은 게 아닐까. 이런 감동에 젖어들기 위해 어쩌면 매년 귀성 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렇기에 고향 가는 길의 교통 체증으로 인한 고생과 고난은 아무것도 아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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