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겪은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유별났다. 지나간 45년 가운데 세 번째로 길었다는 장마는 `물폭탄’으로 악명을 떨쳤다. 강우량이 33만에 최대였다니 물폭탄이 얼마나 많이 터진 것인지 알만하다. 그 피해자들이 컨테이너 살림방에서 올겨울을 나야한다. 그렇다고 가을이나 순탄한가. 가을 가뭄이 두 세 달씩 계속되는 데다 밤이면 가을모기가 극성이니 이 가을은 분명 상쾌하지 못하다.
지난 여름 비를 쓸어담다시피 퍼부어댄 탓에 하늘도 메말라 버렸는가. 요즘 보도를 보면 가뭄이 계속되자 밭의 물기도 50%아래로 뚝 떨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수분이 61~80%라니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하기야 나무가 무성하고 그늘이 짙은 산길에서도 먼지가 날리는 판이니 오뉴월 햇볕같은 땡볕에 그대로 드러난 밭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가을 배추에 벌써 이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창 자랄 시기에 고온과 가뭄이 계속되면 뿌리가 썩는다고 한다.무사마귀병이라나 뭐라나 이름도 희한한 병충해다. 배추 뿐인가.자라지 않는 무, 반감한 송이 생산량, 말라버리기 부터하는 단풍, 소방차가 실어나르는 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이웃들….
늘어놓자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닮은꼴이 될 판이다. 더 큰 걱정은 이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장기 전망이다. 아무래도 고약한 여름이 속을 잘못 열어보인 탓인가 보다.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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