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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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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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옥근/의학박사
 
 오늘이 `문화의 날’이란다. 달력의 날짜 밑에 작은 글씨로 쓰여져 있다. 내가 문화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던 때라면 아마도 대학을 막 입학했을 때였는가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내가 애처롭게 생각되었던지 나의 장형이 나에게 아버지를 대신해서 유산처럼 사주었던 집이 `문화주택’ 이었다. 순진하게도 난 그때 문화주택이라면 문화인들이 사는 줄 알았다. 그때는 시골이라 아파트 개념이 없었지만 요새말로 주공아파트 쯤 되었을까. 단독주택이었는데 디자인도 여느 여리(閭里)에서 보는 여염(閭閻)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근사해 보였다. 그때 내 어린 생각으론 문화주택에서 한 달만 살다보면 가만히 있어도 문화인이 바로 되는 것 같아 보였을까. 그때를 생각하면 만각(晩覺)을 느끼며 자조(自嘲)할 때가 가끔 있다. 그러나 문화란 덧셈, 뺄셈처럼 그렇게 간단하고 극명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계산기가 아니다. 얽히고 설킨 애매모호한 현상들이 바로 문화이다. 우선 문화란 사전적의미로 인간사회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한 생활이상을 실현하려는 활동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의 총칭(특히 학문, 예술, 종교, 도덕 등의 정신적 소득을 가리킴)을 말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문화란 인간이 사회 집단 생활을 하면서 기후, 환경, 도구 원시기술 개인소질에 따라 창조되어지고 보존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자(짐승)들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먹이를 잡는 다고해서 문화라는 말을 쓰지는 않는다. 내가 아는 실없는 친구가 어느 날 내게 묻는다. “길모퉁이에 싸 놓은 배설물이 오래 되어서 사람의 변인가, 동물의 배설물인가를 모를 때 어떻게 구별하느냐. 답은 그 배설물 옆에 휴지가 없으면 개똥이란다. 급하다고 길모퉁이에 변을 싸 놓은 사람의 행위를 구태여 변소문화라고 할 수는 없으나 아무리 예쁘게 싸 놓았다 해도 짐승의 배설물을 문화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문화라는 말은 `라틴어의 쿨트라(cultura)에서 온 말로 이는 종교적 의식 등의 종교행위와 토지의 경장, 파종, 수확 등의 농업 행위의 두 가지 뜻이 있다’ 고 W.WUNDT 는 말한다. 즉 정신적, 물질적인 요소가 그 속에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중점을 둔 것은 역시 정신적인 면을 강조한다. 문화(culture)의 요소는 역시 작은 의미의 문학, 미술, 과학, 철학이 주가 되는 정신적 내면적인 요소를 말했다. 문화란 내면적, 외면적 즉 정신, 물질을 총망라 한 말로 언어, 예술, 학문, 종교, 법률, 습관, 경제, 기술 등의 문화현상이다. 너무나 광범위하고 어려운 어원이나 시원(始原)은 이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맡기고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과 충돌을 불러일으킨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서양에서는 꼬마 녀석들의 고추(성기)만 만져도 성희롱 죄로 욕을 보는 예를 가끔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로버트 춤의 원조인 마이클 잭슨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이것이 동·서의 성 문화의 차이다. 그러나 요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자기 직장 아가씨들에게 상관이 가끔 섹시하다는 말이나 의미가 첨가된 말이 덫에 걸리는 수가 종종 있다. 이제 우리 성 문화도 글로벌(global)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동서양의 차이가 점점 간격이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음식문화는 어떠한가. 같은 동양계이지만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서는 바퀴벌레를 튀겨 요리로 먹는 것을 화면으로 본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그걸 현지에서 보았다면 심약한 사람들은 졸도 했을 것이다. 내가 처음 뉴욕을 갔을 때 내 친구가 차이나타운으로 나를 인도해 요리를 대접 받았다. 먹기 전에 무슨 요리냐고 했더니 개구리 요리란다. 좀 언짢아도 눈 질끈 감고 먹어보라기에 맛을 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먹는 도중 개구리 앞다리의 발바닥이 구물구물하게 내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그만 구토가 났다. 왜일까. 닭발이 내게 나타났다면 내가 그때도 구토를 할 수 있었을까. 인간의 가치는 정신적이건 물질적이건 간에 결국 문화의 가치라고 생각된다. 문화 없는 인간은 그것이 인간의 형태를 가졌을 지라도 이는 인간 이전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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