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23일은 상강(霜降)이었다. 24절후의 18번째인 이날은 글자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날이다. 그런데 서리는 간 데 없고 악천후 연합군이 기습해 영동지방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순간 최대풍속 63.7곒와 300㎜를 훨씬 넘은 폭우가 곳곳을 때렸다. 집채만한 너울성 파도가 해안 주택과 상가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고, 설악산 등산객들은 8㎝넘게 쌓인 첫눈과 얼음 그리고 기온 급강하에 발이 묶였다.
지난 7월 제3호 태풍 에위니아의 초속이 36곒일 때도 야단법석이었는데 초속 63.7곒면 모든 게 날아가고 만다. 실제로 이날 영동지역 거리 곳곳엔 간판이 날아다니고 심지어는 임시 건물의 지붕까지 공중 비행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태풍이 불 때마다 경험한 모든 상황들이 이날 하루 사이에 종합판을 꾸린 꼴이다.
딱하기는 지난 여름 수재민들이다.임시 콘테이너 살림살이가 옹색하고 불편하기만 한데 또 수재라니 엎친데 덮쳤다.겨우 복구해놓은 도로가 쓸려나갔고 가교일지언정 다리를 놓았다고 좋아했는데 끊어지고 말았다. 또 고립된 신세라니 가슴을 칠 노릇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무더위가 숙지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느닷없이 닥친 첫추위(?)에 겁먹었는지 어떤 초보 엄마는 유치원에 가는 아이를 중무장시켜 놓아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에 웃음이 절로 나게 만들기도 했다.곳에 따라서는 충분하지는 못해도 `해갈’은 했다고 반기는 모습들도 보인다.모든 것이 이렇게 뒤죽박죽인채 좀더 지나면 엘니뇨타령을 늘어놓을 때가 또 오는건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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