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가 손자 돌봐주면 저출산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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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가 손자 돌봐주면 저출산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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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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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鎬壽/편집국장  
 
 “시부모님 모시고 같이 살 수 없을까요.” 어느 전문직 미혼여성이 결혼 조건으로 내놓은 말이다. 보통은 시부모님 안 모시고 둘이서 자식 낳고 오붓하게 살겠다는 게 젊은이들의 희망인데 의외의 제안을 한 것이다.
 출산하고 나면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데 믿기지 않고 일찍부터 늦게까지 시설에 아이를 두는 것이 안쓰러울 테니 시부모님 모시고 도움을 받겠다는 계산이다.
 이 젊은 여성은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대가족 제도의 이점을 알고 있는 현명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핵가족의 자유로움보다 대가족의 울타리가 더 편안하고 사는 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요즈음 시부모님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통계청 발표(2005년)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이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은 비율이 52.5%인 반면 80세 이상은 32.6%로 대폭 낮아진다. 손자가 클 때는 따로 살고 내 수발이 필요하면 자식들과 같이 살자는 생각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발표(2002년)에서는 노인에 대한 공경도가 형편없이 낮아 `공경한다’가 39.2%인데 비해 `공경 안 한다’는 51.8%로 나타났다.
 위의 두 자료를 보면서 `손자는 돌보기 싫고 늙어서 수발은 받아야 겠다’는 신세대 노인들의 이기심이 노인에 대한 낮은 공경도로 표출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노인들이 젊은 자식과 함께 살지 않는 데는 문화적 차이도 있고 편안하게 너희들끼리 살라는 배려의 마음도 있다.
 또한 세련된 보육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의 욕구에 대한 실망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르신 중에는 나이 들어 또 아이키우느냐며 손사래를 치는 야속한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옛날 연약한 어르신들이 그 많은 손자를 업어 키우신 것에 비하면 현대 할머니·할아버지는 장수와 더불어 건강도 물려 받았다.
 또 현재 보육시설 수요 충족률이 72%나 돼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할 일도 없어졌기 때문에 형편은 많이 달라졌다.
 생물학적 관점이나 사회과학적 관점에서도 인간은 3세대 모델을 추구한다고 일본의 히로이 요시노리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노인이나 어린이는 서로 보완적이고 상생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는 급속한 고령화로 지속 가능한 사회가 위협 받고 있다. 고령화의 원인은 저출산과 장수에 있다.
 그런데 고령화와 저출산 대책을 분리해 시혜적 처방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 저성장 성숙사회에서는 시혜적 복지보다 자전능력을 개발하는 다원적 복지로 바뀌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수의 이점을 살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상생정책은 긴요하다. 건강한 노인이 풍부한 인생 경험을 살려 손자들을 돌보는 체제다.
 노인들은 평생교육 차원에서 손자를 낳기 전에 신보육법을 익히고 절감된 비용은 노인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며 가끔씩 원기회복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한다면 노인복지도 아울러 해결할 수 있다.
 고령사회에서는 노인이 나서야 한다. 젊어서 일궈놓은 사회가 퇴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수적으로 부족한 젊은이들은 블루오션의 고위험·고난도 일을 하고 노인들은 가정과 사회의 윤활유 역할을 맡아야 할때다.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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