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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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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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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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알까 두려워 숨기는 일은 흔하다. 이를 한자어로 `은폐(隱蔽)’라고 쓴다. 토박이말로는 `쉬쉬’다. 어느 쪽 표현을 쓰건 본질은 하나다. 감춰서 될 일도 없거니와  언제까지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국가기밀 사항이라면서 서슬이 시퍼렇게 다루던 일도 세월이 흐르면 기밀이 해제되어 공개되지 않던가.
 `쉬쉬’가 들통난 사례 두 가지만 꼽아 본다. 하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목숨을 걸고 지키기로 한 극비사항이었다.그러나  이는 결국 갈대밭을 스쳐가는 바람이 실어날라 폭로해버린다. 다른 하나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어른들은 임금님이 발가벗고 있음을 알면서도 `쉬쉬’로 일관하며 찬양까지 한다. 그 가면을 어린아이가 벗겨버린다.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가 구제역에 걸린 가축 1116마리를 몰래 살처분하고도 숨겨오다가 그예 꼬리를 잡혔다. 남몰래  파묻으려 했으니 `암매장’에도  실패한 꼴이다. 최고 수준의 방역망이 뚫린 사실이 두려웠던지 1주일을 숨겼다. 의심신고를 소장 개인이름으로 하고도 “행정 착오”라고 뻗댔다. 경북도는 이를 알았을까? 아니면 모르는 체 해줬을까? `규정’ 좋아하는 공무원이 규정을 앞장서 어겨 구제역 확산을 도운 꼴이 돼버렸다.
 `쉬쉬’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한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임금님의 비밀도 들통나고 만다. 그런데도 공직사회에서는 이 `쉬쉬’가 끊이질 않는다. 브루셸라병이 발생해도 우선 숨기고 본다. 학교 폭력사건이 일어나도 감추기부터 시작한다. 고질이다. 이번 경북도축산기술연구소 사건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고질 가운데 하나다. 경북도축산기술연구소는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게 있을 것이다. 구제역에 성역은 없다는 사실과  감추느라고 속앓이를 했지만 결국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1000마리가 넘는 가축이 죽었는데 그게 감출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머리가  의심스럽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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