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방가를 하니 승리의 기쁨을 발산하는 축구팬으로 좋게 봐주고, 남의 우산을 자기 것이라 우기자 우산주인은 주웠을 뿐이라며 오히려 사과하고 달아난다. 계획이 자꾸 틀어지는 데 지친 소피는 마침내 교회의 아름다운 찬송가 소리에서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뉘우치게 된다. 떳떳이 살아보겠다는 맘을 먹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교회의 철창을 타고 넘으려는(아마 기도를 할 요량으로) 순간에 순찰경관이 수상쩍은 이 사내를 붙잡아 약식재판에 넘겨 징역 석 달을 안겨준다.
미국작가 오 헨리의 유명한 단편 `경찰관과 찬송가’ 줄거리를 애써 적어보는 것은 이 엄동설한에 소피 같은 사내가 우리사회에 정말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지난 11일, 없는 사건을 허위신고하여 경찰관을 출동케 하고, 그 경관에게 슬레이트조각을 휘두르며 온갖 욕설을 내뱉은 40대 남자를 좋게 타일러 귀가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 경찰관을 위협하고 욕설을 퍼부은 자를 구속 품신하지 않고, 귀가시킨 건 경찰로서는 이례적으로 관대한 조치다.
`제발 날 교도소로 좀 보내 달라’는 이 남자의 딱한 사정을 안 경찰이 선처를 한 모양이다. 막노동꾼인 그가 최근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하고 생활고에 빠지자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교도소가 낫겠다고 생각하고 엉뚱한 짓을 저지른데 대한 연민이다. 빈부양극화니, 소외계층이니 하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아가는 오늘날이긴 하지만, 정녕 우리사회에 교도소서 겨울을 나는 게 오히려 낫다는 부류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런 경우가 어디 그 남자뿐일까 싶기도 하고 그의 `겨울자유’가 소피 같은 형국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싶으니, 경찰의 그 관대한 조치마저 괜스레 불안하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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