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사랑이 갖는 힘은 어느 정도일까? 김승옥의 `낮은 음성의 위로’에 해답이 나온다. “ 할머니의 음성보다는 어머니의 음성이 높고,어머니의 음성보다는 아내의 음성이 높고,아내의 음성보다는 시누의의 음성이 높은데 그 중에서 위로(慰勞)나 격려(激勵)의 말에 가장 어울리는 음성은 가장 낮은 할머니의 음성이다.”
`가족’의 범위가 자꾸 좁아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엊그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2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여기는 응답자가 63.4%다. 5년전 조사때엔 82.1%였다. 그러면 할아버지·할머니는 어떤가? 23.4%만이 가족이라고 응답했다. 5년 전엔 63.8%라도 됐다. 할머니·할아버지가 가족이 아니라면 누가 가족인가? 하기야 부모와 자녀,배우자가 가족이라는 응답이 각각 77.6%,84.5%,81.1%다. 이러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족의 울타리 안에 머물 공간은 없어보인다.
몇 대(代)가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형태가 핵가족으로 잘게 나눠지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는 결혼은 했어도 아이를 낳지않거나, 숫제 `나홀로’가구가 늘어나는 세태다. 이런 판에 할아버지의 수염이 갖는 권위를 생각한다면 외계인 대접받기 십상이다. 심훈이 쓴 `몽유병자의 일기’를 보면 세태에 딱 들어맞는 대목이 나온다.“가정을 꾸밀 생각도 하지 마라! 조그마한 지옥 하나가 네 손으로 건설될 것이요, 자식을 낳지 마라, 그것은 확실히 죄악일 뿐 아니라 미구(未久)에 네 자신이 저주(詛呪)의 과녁이 되리라.”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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