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덤터기 씌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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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덤터기 씌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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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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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한 잘못을 남에게 미루면 `덤터기 씌운다’고 한다.  김유정의 `금’에서  이 `덤터기’의 용례를 찾을 수 있다. 반송장이 다 된 사람을 등에 업고 걱정하는 장면이다. “감독 불충분의 덤터기로 그 누를 입어 떨리지나 않을는지.감독은 교의에서 엉거주춤 일어서며,“왜 그랬어?” “버력에 치였습니다.”
 두 달째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이  첫단추부터 잘못 끼우어졌음이 드러났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발표를 보면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의 초기 오판이 구제역 확산의 원인이다. 구제역 확산의 주범처럼 몰린 농민들은 매도는커녕 되레 포상을 받아도 부족할  사람들로 밝혀졌다. 돼지가 자꾸 죽어나가는데도 가축위생시험소는 무려 4번씩이나 음성판정을 내리는 게 의심스러워 직접 검역원에 신고한 때문이다. 이제까지 그들을 훑고 지나간 차디찬 눈길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위로할 말을 찾지도 못하겠다.
 검역원 발표에 따르면 구제역 바이러스는 지난해  11월초 훨씬 이전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성판정을 내린 11월 29일보다 한달 가까이나 빠르다. 하루에 바이러스 10억개를 배출한다는 구제역은 한 달동안 거리낌없이 여기저기 무임승차하면서 휘젓고 다닌 꼴이다. 그걸 모르고 방역당국은 뒷북치기에만 바빴다. 버스 지난뒤 손을 들어도 금방 들면 버스를 탈 수도 있다. 그러나 시야를 벗어난 버스라면 무당춤을 춰도 쓸모 없는 짓이다.
 가축위생시험소가 간이 항체 키트검사 결과만 맹신하지 않고 초기에 발빠르게 대응했더라면 이런 아수라장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들의 나태와 무책임한 자세는 반성할 생각도 없이 애꿎은 농민들에게 덤터기나 씌우려 든 소행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횡액을 당한 가축의 망령들이 구덩이 속에서 통곡할 일이다. 2조원 넘게 낭비된 혈세는 또 어쩔 것인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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