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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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비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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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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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 우화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생색내기의 성공 사례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에만 정신 파는 어리석음을 꼬집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송나라 시절 원숭이 마니아인 저공(狙公)이 도토리 공급이 버거워지자 짜낸 꾀가 조삼모사다. 저공의 협상방식대로라면 원숭이들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도토리 총량은 7 개씩이다. 그런데도 원숭이들은 `3+4’와 `4+3’의 협상술에 넘어가고 만다.
 중국문학의 권위자인 김원중 교수가 지은 고사성어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고사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김 교수는 `열자’에서는 “지혜로운 자가 어리석은 자를 농락하는 것이 저공이 원숭이들을 농락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자’에서는 “옳고 그름에 집착하는 자가 달관을 못하면 같은 것임을 알지 못하고 편견이 생긴다는 비유로 삼고 있다”고 했다.
 지방의회들이 해마다 앞장서듯 동결해온  의정비의 허구성이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의정비 기준을 해마다 줄여오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들은 3년째 동결해오고 있다. 명분은 당당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고통분담을 코에 걸었다. 얼핏 들으면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민초들의 대표다운 발상이고 실천이라고 칭찬까지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 속임수의 본질이 송나라  저공의 협상술과 신통하게도 닮았다. 행정부의 기준액이 줄어드는 데도 의정비를 묶어두면 결국 총량은 올라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막힌 속임수가 있는 줄을 뉘 알았을 것인가. 마치 저공에게 농락당한 원숭이가 된 기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며 명예직이면 충분하다던 사람들이 이제는 의정비를 가지고 장난까지 일삼고 있다. 그 비밀이 언제까지 지켜질 것이라고 믿었던 것일까. 선거 때 보자고 할 사람들이 또 있음을 이제라도 알게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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