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의 실상을 강경애의 `산남(山男)’에서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창문을 겹겹이 닫아놔서 그런지 차 안은 온갖 잡내로 터질 듯 하였습니다.새글새글 지껄이는 여인의 음성,왕왕거리는 남자의 음성, 버들피리 부는 듯한 어린애 울음소리,저벅저벅 쿵쿵하는 온갖 신발소리, 쾅하고 닫히는 문 소리, 뒤범벅이 되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앉은 곳은 변소 옆이라 그런지 문바람에 휘몰려 오는 약한 과일내를 품은 시시쿠레한 냄새에 구역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산골 오지에선 이런 기차라도 구경조차 못 해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교통오지가 많은 경북도이고 보니 억측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남부내륙고속화 철도사업이 눈앞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도 김천~성주~고령~합천~진주~거제 186㎞가 건설될 게 확실해 보였다. 이 희망이 발목을 잡혔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형님 노선”’이라고 물고 늘어진 탓이다.대전 ~무주~함양~진주~거제 223㎞가 대안이다. 건설비가 1조2000억원이나 더 들어가는 노선이다. 그러자 국토해양부는 용역을 재추진하겠다고 발을 뺐다. 국토해양부의 엉거주춤은 특허 브랜드 감이다. 도대체가 소신도 없거니와 누가 장구를 쳐도 흥타령이다. 게다가 야당은 어떤가. 포항-경북과 연관되는 사업이면 무엇이 됐건 `형님’을 끝어다 붙이고 본다. 이번엔 정세균(민주당), 이인제 (무소속)의원 같은 이들이 “형님노선”을 입에 올렸다나보다. 이른바 중진이라는 사람들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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