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전국시대만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미덕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서양에서도 일찍이 중용을 `골든 민 golden mean)이라 하여 최고의 처세훈으로 삼은 때가 있었던 듯하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의 `이쪽도 옳고 저쪽도 그르지 않다’는 유명한 양시적(兩是的) 자세가 최장수 영의정 기록을 남기게 했다지 않은가.
하지만 중용은 골치 아픈 문제를 회피하려는 트릿한 행태일 뿐 모순이나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부딪히려 하지 않는 약은 자세란 비난도 가능하다. 매사 중용적 입장만 취하는 건 철학적으로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역사와 국가사회발전을 이끌어 나가야 할 지도자의 덕목은 될 수 없다. 모든 일에 `이 말도 옳고 저것도 맞다’는 식으로 판단을 일삼는다면 무엇 하나 해 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겠기 때문이다.
동남권신국제공항 건설을 두고 경남밀양 입지를 주장하는 경북 대구 울산 경남과 부산가덕도가 최적지라 우기는 부산이 지나치게 대립하자 청와대 ? 정부 일각 누군가가 `중용’을 들먹이면서 신공항이 과연 필요한지 `원점재고론’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청와대는 그런 보도 하루 뒤에 서둘러 부인하고 나섰지만, 전혀 없는 말이 기사로 만들어졌을 리도 없을 테다. 무엇보다 중용은 국가정책 추진하는 사람들이 이 계제에 끌어댈 용어가 아니다. 아무리 지역정서와 얽히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려하는 정치논리를 외면할 수 없다고 하지만, 한 번 계획한 나랏일을 없던 일로 물시(勿施)하고 보는 게 중용적 가치일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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