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간첩 혐의 사건’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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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간첩 혐의 사건’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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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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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鎬壽/편집국장
 
 중국 춘추시대 인물인 손무(孫武)는 인류 역사상 가장 탁월했던 전쟁 이론가다. 그의 가르침을 기록한 `손자병법(孫子兵法)’은 2500여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활용될 정도다. 그는 전쟁이란 `존망(存亡)의 길’이요,`생사(生死)의 마당’이라고 했다. `손자병법’은 원래 82편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것은 13편에 불과하다. 이들 중 간자(間者),즉 간첩(間諜)을 다룬 마지막 13편 `용간편(用間篇)’은 간첩 이론의 고전(古典)이라고 할 만하다.
 손무는 간첩을 활용하지 않아 적의 실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바람에 전쟁에서 지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혹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로 요약되는 `손자병법’의 백미는 바로 `용간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손자병법’에 반해 주석서를 저술하기도 했던 조조(曺操)도 `전쟁을 하는 자는 반드시 간첩을 써서 적의 실정을 알아야 한다(戰者必用間諜,以知適地情實也)’고 했다.
 손무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고대 중국의 변혁기다.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종교적 권위를 가진 주(周) 왕실 중심의 봉건제도가 붕괴되고 곳곳에서 등장한 군소 국가들이 치열하게 토지 쟁탈전을 전개한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역사적으로 간첩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처럼 동족(同族)의 분열로 독립적인 국가들이 들어선 뒤 서로 패권을 다투는 곳에서 더욱 맹위를 떨쳤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현상은 현대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20세기 들어 간첩들의 활동이 가장 많았던 곳 역시 동족이 서로 갈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대결을 펼쳤던 우리나라와 독일,베트남 등 분단국들이었다. 서독은 동독이 심어놓은 수많은 고정간첩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국력을 바탕으로 민주국가로의 통일을 이루었다. 반면 베트남은 독일과는 반대로 월맹 간첩들의 활약으로 월남이 사실상 자멸함으로써 공산화된 경우다.
 독일과 베트남에서 분단시대 간첩들의 활약상은 이제 역사의,무대 뒤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여전히 분단국인 우리에게는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분단 이후 남·북한은 궁극적으로 상대방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많은 간첩들을 파견하고 첩보활동을 펼쳐왔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994년까지 공작원을 북한에 파견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북파공작원 유족 동지회’는 한국전쟁이전부터 94년 초까지 1만5000여 명의 공작원이 양성됐으며 임무 수행 중 전사한 대원이 7,50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 역시 그동안 많은 간첩들을 남한에 내려 보냈다. 휴전이후 1999년까지 남한에서 생포,사살,자수한 남파간첩 수만도 5000여 명이나 되고 1,350여 명은 북한으로 도주했다는 통계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가뜩이나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때마침 `386 간첩 혐의 사건’까지 불거져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햇볕·포용정책이 본격화된 후 남북 사이의 `간첩 균형’이 깨어졌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남쪽에서는 북한에 간첩을 보내거나 포섭하는 일이 중단됐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가 않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그물급 귀순인사인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는 남한 내부의 북한 고정간첩이 5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손무의 지적처럼 전쟁이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사를 결정짓고,간첩의 활약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라는 사실을 부정키 어렵다.
 만약 간첩의 균형이 허물이진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했을 때 남한과 북한 중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간첩이 두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386 간첩 혐의 사건’을 결코 가벼이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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