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침착함 어디서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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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침착함 어디서 나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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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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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사’출간…고대~현대에 이르는 日문화 전반 소개
 건축·조각·대중문화 등 문화전반 미학적 관점으로 풀어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의 참상에 충격을 금치 못했던 세계인들이 대참사 앞에서 일본인들이 보여준 시민 의식과 침착함에 또 한 번 놀라고 있다.
 지진의 공포 속에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는 모습에 전 세계가 감동하고 있는 것. 일본인들의 이런 시민 의식과 침착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신간 `일본문화사’(경당 펴냄)는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의 근간이 되는 일본 문화전반을 살펴본 책이다.
 저자는 일본 중세사 전문가인 미국의 역사학자 폴 발리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이 책은 1973년 초판이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현재 4차 개정판(2000년)까지 나왔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어판은 4차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에는 선사시대 일본인의 기원과 신석기시대 조몬 토기에서부터 중세 정원의 미학, 주군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주신구라(忠臣藏)’ 이야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게이샤, 전후 대중만화 붐, 현대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화세계에 이르기까지 일본 문화가 망라돼 있다.
 저자는 일본문화의 속내를 들여다보면서 미야비(雅. 세련된 궁정미), 모노노아와레(사물이나 사건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수성), 사비(寂. 쓸쓸함) 등 일본문화의 밑바탕에 깔린 미적 감수성을 깊이 있게 풀어낸다.
 “일본인들은 지속적이거나 영원한 것이 아닌, 깨어지기 쉽고 빨리 지나가 버리며 사멸하기 쉬운 것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중략) 사멸하기 쉬운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감수성에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깔려 있다.”
 또 단순히 문화사적 사건이나 인물,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이지유신, 태평양전쟁 등 정치 사회적 배경과 연관지어 서술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다도(茶道)의 역사에도 조예가 깊은 저자는 차의 전래부터 중세 시대에 활짝 꽃핀 다도, 찻잎을 우려내 마시는 센차(煎茶)가 보급된 18세기 다도 문화 등 다도의 역사도 소개한다.
 저자는 일본 문화의 힘이 창조적인 모방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중심주제는, 전근대시대에는 중국으로부터, 근대에는 서양으로부터 풍부한 문화적 차용을 해온 역사적 맥락 안에서 일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핵심적인 사회적, 윤리적, 도덕적 가치들을 유지하고 보존해왔으며, 그럼으로써 일본인들은 항상 외국으로부터 차용한 것을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도록 응용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 있었다.”
 우리말로 옮긴 박규태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이 책은 미학적 관점에 입각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건축, 조각, 회화, 문학, 음악, 연극, 대중문화를 망라하는 일본문화의 주요 장면들을 거의 빠짐없이 깊고 넓게 파헤쳐 보여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저자가 고대 일본문화의 형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반도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거의 무시하거나 축소, 간과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문학, 연극, 영화, 건축, 조각, 회화, 음악, 종교, 정원, 만화, 대중문화 등 일본 문화의 전 분야를 망라한 보기 드문 개론서다.
 원제는 `Japanese Culture’.
 576쪽.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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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막으려면 전시의 속도로 움직여라’
 
`우리는 미래를 훔쳐쓰고 있다’출간…기후변화 심각성 경고
 
 
 온실가스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머지않은 미래에 `기후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은 새로운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하고 자주 들은 말이어서 사람들은 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좀처럼 생활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레스터 브라운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다시 한번 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세계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오히려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제는 이용할 수 있는 시간 내에 그것을 어떻게 해내는가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지를 모른다. 자연이 시간을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시계를 볼 수 없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시간 내에 그것을 어떻게 해내는가’가 우리의 과제라는 것이다.
 브라운은 저서 `우리는 미래를 훔쳐쓰고 있다’(도요새 펴냄)에서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식량안보도 위협받고 있다.
 식물의 생장기에 온도가 평균보다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밀, 쌀, 옥수수의 수확량은 10%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70년 이래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섭씨 0.6도 올랐으며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1세기에 기온이 섭씨 6도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저자는 환경 위기의 대안으로 `플랜 B’를 제안한다. 플랜 B의 목표는 “현재의 몰락과 붕괴로 이어진 길에서 식량 안전이 회복되고 문명이 유지될 수 있는 새로운 길로 세계를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플랜 B의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에너지 효율 혁명과 재생 에너지원을 통한 기후 안정화, 생태 도시 계획, 빈곤 퇴치와 인구 안정, 자원 보호를 제시했다.
 저자는 무엇보다 지구 문명을 구하기 위한 플랜 B의 성공은 “전시(戰時)의 속도로 움직이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1942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받은 미국이 불과 몇 달 만에 자동차 생산을 비행기, 탱크, 함선 생산으로 전환, 산업 경제를 재편했던 것처럼 아주 긴급하게 세계 에너지 경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제는 `Plan B 4.0’으로 영어판은 2009년 출간됐다.
이종욱 옮김. 456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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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식탁의 후추에도 역사가 숨겨져 있었네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출간…장소·물건의 기원 고찰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출신의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특유의 박학다식함과 위트, 재치 있는 글솜씨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작가다.
 그의 책에는 읽다 보면 `아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담겨 있다. 그의 박학다식함과 유머는 최신작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까치 펴냄)에서도 유감없이 빛난다.
 과학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우주와 생명의 기원, 원자 세계 등을 다뤘다면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는 집 안 곳곳에 있는 사소한 것들의 숨겨진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이 책은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그는 부엌 식탁에 놓인 소금 병과 후추 병을 만지다가 문득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린다.
 “왜 하필 소금과 후추지?”
 이 같은 의문에서 시작해 그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집안의 공간들과 갖가지 물건의 기원과 역사를 하나하나 고찰한다.
 집은 그야말로 인류 역사의 가장 중요한 발명과 발견이 집약된 공간이었다. 자택인 영국 노퍽 주의 오래된 목사관에서 `역사 탐험’에 나선 브라이슨은 1851년에 지어진 목사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침실, 계단, 부엌, 다락 등 집안에 있는 사소한 것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거실에서 건축과 가구의 역사를 엿보고, 벽에 달린 두꺼비집 안을 들여다보며 조명, 석유, 전기의 발전 과정을 살펴본다. 또 침실에서는 성행위와 의료에 대한 역사적 관점의 변화를 알아보고, 화장실에서는 위생과 목욕의 역사를 조명한다. 설거지실과 식료품실을 둘러보며 하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목사관에서 살았던 토머스 마셤 목사에게는 3명의 하인이 있었다. 이들은 가정부인 웜 여사, 잔심부름꾼으로 일하던 젊은 처녀 마사 실리, 마부이자 정원사인 제임스 베이커로, 모두 미혼이었다.
 독신이었던 마셤 목사를 돌보는데 3명의 하인은 많은 것 같지만 당시 교구목사들은 최소 4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당시 각 가정에서 하인을 뒀던 것은 오늘날 각 가정에서 생활용품을 구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1851년 런던의 젊은 여성(15-25세) 가운데 3분의 1은 하인이었다.
 하인들의 삶은 고되고 힘겨웠다. 1925년 어느 전직 하인이 쓴 글에 따르면 그는하인 시절 아침마다 불을 지피고, 신발 20켤레와 램프 35개를 닦는 등의 일을 주인집 식구들이 잠자리에 일어나기 전에 모두 해치워야 했다.
 하인들의 생활상, 식품 보관과 음식 소비 등 목사관이 지어진 1851년부터 현재까지 약 160년에 걸친 유럽의 시대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일상의 소재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저자의 재주가 단연 발군이다.
 원제는 `At Home : A Short History of Private Life’로 영어판은 지난해 출간됐다.
 박중서 옮김. 568쪽. 2만5000원.
 
 
 
                           >>신간
 
 ▲암살로 읽는 한국사 = 정명섭·박지선 지음.
 한국사를 뒤흔든 주요 암살 사건을 조명한다.
 고대 우거왕부터 마립간, 동성왕, 기철, 김종서, 김옥균, 여운형, 김구에 이르기까지 암살 피해자들과 가해자들, 암살이 이뤄진 시대적 배경, 암살 전후의 역사가어떻게 흘러갔는지 등을 살펴본다.
 청아출판사. 324쪽. 1만4천원.
 
 ▲잡동사니로부터의 자유 = 브룩스 팔머 지음. 허수진 옮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가운데 3분의 2가 잡동사니며 삶에 불필요한 잡동사니들을 버림으로써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최고의 잡동사니 처리 전문가’로 불리는 저자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잡동사니 버리기’라고 강조한다
 초록물고기. 336쪽. 1만3천800원.
 
 ▲잃어버린 10일 = 김영선 지음.
 휴가를 통해 한국의 노동 현실을 조명한 책.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레저경영대학원 겸임교수인 저자는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된 197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노동 현실과 휴가 문화를 들여다보며 한국 사회에서`자유 시간’의 의미가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해왔는지 고찰한다.
 이학사. 373쪽. 1만9천원.
 
 ▲노래도 늙는구나 = 임철순 한국일보 주필이 쓴 생활 에세이.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한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열린책들. 47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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