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는 다무포 `고래 생태마을’을 조성한다며 국비 20억 원만 축내고 말았다. 이 사업은 행정안전부의 지원이 끝나면서 전면 중단됐다. 포항시의회가 올해 예산 항목에서 삭감해버려 예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상태다. 결국 8억 8천만을 들여 지은 건물만 덩그러니 남게된 꼴을 연출하고 있다. `살기좋은 지역’을 만들겠다더니 `더욱 을씨년스러운 마을’로 개악해 놓고만 셈이다. 차라리 손을 대지도 않으니 만도 못하게 돼버렸다. 다무포 고래마을 홈페이지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도 없다면 할 말 다 했다.
영덕군은 삼사해상공원 쪽 강가에 오포전망대를 지었다. 2006년의 일이다. 150m 길이로 2층 전망대를 지었으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자리를 잘못 잡은 탓에 20억 원만 날아갔다. 또한 오는 6월 문을 열 강구생활체육공원은 값비싼 외국산 수입자재로 치장한다고 한다. 이 바람에 돈이 갑절 넘게 들어가고 말았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국산 인조잔디, 조명시설을 어째서 굳이 외면했는지 그 속내가 궁금해진다. 때문에 의혹까지 사고 있다고 한다. 예산을 책정받아 집행하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 공무원이어서다.
우리나라 관청의 혈세낭비는 고질에 가깝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해마다 예산낭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지 않는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정답은 바로 나온다. 이렇게 허투루 마구 써버리는 돈만 아껴 모아도 신공항 하나는 너끈히 지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마저도 들 지경이다. 왜 이런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는지 의아해 할 필요도 없다. 예산에 대한 기본개념부터가 잘못 돼 있는 탓이다. 나라의 살림살이 규모가 커지면서 돈 가치가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 몇 십, 몇 백억 원 정도는 희떱게 보는 풍조마저 생겼다. 그게 다 국민들의 혈세인데도 그렇다.
이참에 분명히 해둘 것이 한 가지 있다. 마른 수건을 제아무리 비틀어 짜도 물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의 주머니는 화수분이 아니다. 쥐어짤수록 세금이 걷히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포항시와 영덕군만 예산을 낭비한 것은 아닐 터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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