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너무 쉽게 잊는 한심한 정치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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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너무 쉽게 잊는 한심한 정치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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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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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鎬壽/편집국장
 
 
 한 달 전엔 주남저수지에,지난 주말에는 우포늪에 갔다. 여러 번째다. 거기엔 훼손되지 않은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있다. 삶의 질서가 정연하다.
 생명의 숨결을 들을 수 있고 활력소가 저절로 얻어진다. 늪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안다. 날마다 달마다 모습이 다르다.가을이 익어가는 만추의 우포늪은 물옥잠과 자라풀이 수면 전체를 뒤덮고 있다.저수지가의 옅은 물밑에는 고둥이 지천으로 깔렸다. 손바닥 크기의 붕어가 아가미를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했다.
 낯선 손님을 보고도 달아나지 않았다. 마치 저수지 내에서는 모든 생명체가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제방 양쪽은 풀베기를 했으나 길 위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은 그대로 뒀다. 풀을 묶어 두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거기에 걸려 넘어지게 했던 어릴 적 일이 생각났다.
 
 결초(結草)보은(報恩)
 
 풀을 묶는 것이 결초(結草)다. 결초하면 바로 보은(報恩)을 떠올린다. 자기 나라 장수(將帥)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적군이 쳐들어오는 들판에 난 풀을 잡아 매어 말을 탄 적장이 쓰러지도록 했다. 중국 진(晉)나라 때 얘기다. 은혜를 입었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보답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그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미덕이기도 하다. 우리 정치판은 어떤가. 은혜를 너무 쉽게 잊고 보답하지 않는다. 얼마 전 여당 지도부의 한 측근이 “노대통령 덕분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권좌에 앉아 온갖 영화를 누린 사람들이 노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면서 은혜를 모르는 정치풍토가 한심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수의 여당의원이 노 대통령 덕(탄핵역풍)에 당선되었다는 주장에 별로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보은’의 차원에서 여당의원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돕는 게 도리다.
 그런데 정권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요즘(정기국회 대정부 질의) 여당이 야당 못지 않게 노 대통령을 흔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같은 길’을 걸어야 할 공동운명체이면서도 어깃장을 놓는다. 여당의원이나 고위 공직자가 대통령에게 왜 보은하지 않을까. 임기말 노 대통령의 권력이 약화되었기 때문 아닐까.
 사실상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 `권력’이라는 옷을 많이 벗어버렸다. 대통령의 영이 옛날처럼 검찰에 잘 먹혀들지 않는다. 언감생심,부당한 지시는 마음먹을 수도 없다. 정부 고위직 인사마져도 여당 눈치,야당 반응을 보아야하는 세상이 아닌가. 자기사람을 앉히면 `코드인사’`돌려막기식’인사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정권이 석양에 접어들었기 때문일까. 엊그제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정부와 청와대의 실정,독선을 지적하는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야당의원들 못지 않게 높았다.초선 중진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부동산 정책 난맥상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부터 버리라’고 다그쳤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 `3인방’의 사퇴를 촉구했다.
 
 `소영웅주의’ 폐해.
 
 이 뿐만은 아니다. 여당의 난파선 탈출 모습 또한 볼썽사납다. 정계개편을 점화시키면서 노 대통령의 가장 많은 은혜를 입은 지도부 인사들까지 노 대통령 배제론을 들먹이고 있지 않는가.
 정부의 정책 실정을 탓하는 것은 의원들의 책무다. 그러나 정부와 한 배를 탄 사람들이 이제와서 정부와 청와대 쪽에만 책임을 전가시키는 `소영웅주의’모습은 볼썽 싸납다.이러니까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의 인기가 동반 추락하는 게 아닌가.
 밑바닥에 깔려버린 여당의 인기추락, 즉 국민들의 불신 원인은 북핵사태 이후의 대북 포용정책,전작권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의 집값 폭등 파동에서 빚어진 黨-靑의 불협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많든 적든,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간에 노 대통령 은혜를 조금이라도 입은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가까운 늪이나 저수지 제방 위를 걸으면서 풀을 밟아보라. 그리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결초하여 은혜를 갚은 옛사람의 정신을 배워라. 장수를 도우려고 한 결초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듯이 대통령에 대한 보은은 넓게 보면 국가를 구하는 길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국민에 대한 결초보은, 이는 임기 내내의 과제다.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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