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함열읍의 한 농장에서 발견된 고병원성 의사 조류 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의 감염은 `철새’가 시켰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방역당국은 최근 AI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 전파 경로를 야생 겨울 철새에서 찾고 있다.
방역당국은 월동기를 맞아 이동을 시작한 철새가 농장의 먹이를 먹거나 분비물을 흘려 닭과 오리 등 의 가금류에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은 일단 이번에 발생한 의사 AI도 철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농림부도 “철새로 인한 AI 감염이 많으며 특히 오리 등 물새류는 인플루엔자를 옮길 수 있는 철새”라면서 “철새가 돌아가는 내년 2월까지 소독 등 방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당국의 추정은 의사 AI가 발생한 익산시 함열읍에서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금강호까지의 거리가 불과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금강호에는 청둥오리와 검은머리 물떼새 등 겨울 철새 60만 마리가 도래, 먹이를 찾아 금강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 역시 “철새는 농장의 먹이 창고를 찾는데 선수”라면서 “일부 철새가 먹이를 찾아 육지로 날아와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감염되거나 배설물 및 분비물을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및 전문가의 견해는 다르다.
군산철새조망대 한성우 연구사는 “AI를 유발하는 철새는 주로 유럽을 오가는 철새들”이라면서 “한국을 찾는 철새의 이동 경로(flyway)는 AI 발생국의 철새 이동 경로와 다른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때문에 철새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한 연구사는 “철새 도래가 시작된 지금은 바다나 강에 철새 먹잇감이 풍부해 육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면서 “철새가 분비물을 흘려 설치류를 통해 가금류에 AI를 전파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섭 박사도 기고문을 통해 “야생조류에 의해 인간에게 고병원성 조류독감(HPAI)인 H5 나 H7 타입의 변종이 전염된 경우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면서 “거의 모든 감염은 가금류와 밀접한 접촉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조류독감은 유전적 다양성이 결여되고 밀집되어 키워지는 가금류에서 발병 가능성이 높다”면서 “AI는 철새의 이동이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움직이지도못하고 좁은 닭장 속에 키워지는 가금류와 전 세계 어디로나 자유롭게 수출.입하는 유통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죄를 철새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견해가 달라 이번 의사 AI의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있는 농림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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