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에 대한 탐구, 존재적 고독으로 자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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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대한 탐구, 존재적 고독으로 자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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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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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시집 `판다를 위하여’ 첫 시집 후 10년만에 펴내
시인에게 있어 고독은 운명, 내면의 적막으로 사물 관조
사물과 교감통로-시적 열정 삶의 치열성 끌고나가는 동력
 
 
 
 “곰이었는지 모르겠다 / 너구리였는지도 모르겠다 / 지난 세월은. // 이제 겨우 판다로 돌아와 / 조릿대 숲의 은밀한 향내를 맡는다 // 먹이를 먹는 데에만 삶의 대부분을 바친다는 / 오명은 아직도 살아있다 / 그리하여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위협도 아직 살아있다” (`판다를 위하여’ 중)
 첫 시집을 낸지 10여년 만에 내는 이진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판다를 위하여'(나무아래서 펴냄)는 시인에게 있어서 고독은 운명이며 본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대상으로서의 언어에 대한 탐구 자체가 존재적 고독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물과 소통하고 교감하게 하는 촉수이자 감각으로서, 재앙이며 동시에 축복으로서, 충일된 내적 공간으로서 고독은 시의 존재론적 가치이다.
 어쩌면 언어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적막감에서 고독은 오는지도 모른다. 고독이 주체적이라면 적막은 그 환경이다. 언어는 적막을 통해서 고독을 끌어온다. 다시 말하면 주체와 대상을 사물로서의 언어로 통합하는 게 적막이다. 그만큼 적막은 선적 의미로서의 화엄 세계와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인의 시적 상상력 역시 적막이라는 뿌리에서 피워 올린 꽃송이다.
 그는 내면의 적막으로 사물을 관조하는 눈과 귀를 가지고 있다.
 적막은 그가 사물과 교감하는 통로이며, 사물을 자기 안으로 들여놓는 자리이며, 동시에 시적 열정과 삶의 치열성을 끌고 나가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의 적막은 우주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모든 존재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가장 고요한 곳이기도 하다.
 이 시인은 1955년 전북 진안 출생으로 아주대학교 인문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월간 `문학사상’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첫 시집으로 `원숭이는 날마다 나무에서 떨어진다’가 있다. 현재 용인시 백암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그는 `석전동인’, `기픈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129쪽. 8000원.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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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역사 조선 선비정신 뿌리를 찾아서

이성무 전 국편위원장,`선비평전’출간…선비 지배체제 총체적 조명
 
 
 “학식이 있으나 벼슬하지 않는 사람”, “학문을 닦는 사람”, “학식이 있되 인격 역시 고결하고 근엄·강직한 사람”….
 누구일까. 답은 조선시대 사농공상(士農工商)에서 으뜸으로 친 `선비’다.
 선비라고 하면 뭔가 고루하고,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미국에 청교도 정신과 프런티어 정신이, 일본에 무사도가 있다면 한국에는 `선비정신’이 있다고 말한다.
 이 전 위원장은 신간 `선비평전’(글항아리 펴냄)에서 500년 역사의 조선을 떠받친 선비 정신의 뿌리를 찾아나선다.
 이 전 위원장은 도학을 연구하는 지식인으로서 인격이 고결해야 하고, 청렴결백, 근엄 강직해야 하며, 예의염치를 지켜야 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의로운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이 선비 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선비 정신이 바로 서는 것이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의 관건이었다고 말한다.
 조선 왕조가 500년이란 시간을 견뎌낸 것도 조선 사대부의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며, 외척의 세도정치로 선비정신이 무너지자 나라가 망국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이 전 위원장은 선비의 개념에서부터 왜 조선에 선비라는 계급이 등장했는지, 때로는 왕의 권력까지도 압도한 선비 지배 체제의 특징은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전 위원장은 또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원동력의 하나로 선비의 등용문인 과거제도를 꼽는다. 능력으로 관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던 과거제도로 생겨난 능력주의, 경쟁주의가 이른바 `한국인의 DNA’가 됐다는 것이다.
 `퇴계집’으로 갈라선 조목과 유성룡, 이황을 꾸짖은 이준경, 목숨 걸고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오윤겸 등 선비들의 이야기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충절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사육신’ 이야기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본다. 단군에 대한 충절을 끝까지 지킨 사육신 이야기가 사실은 수양대군의 전제군주적 행보에 맞선 선비들의 권력투쟁 사건이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이 책은 약 2년간 일간지에 연재한 `이성무의 선비 이야기’를 묶어 새롭게 펴낸것이다. 384쪽.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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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제국대 의대생들 하루 8시간 이상 잤다
 
`식민권력과 근대지식:경성제국대학 연구’출간
 
 
 6시간 이내(7명, 3.25%), 7시간 이내(51명, 23.7%), 8시간 이내(121명, 56.2%), 9시간 이내(30명, 13.9%), 9시간 이상(6명, 2.79%).
 1938년 11월 경성제국대 의학부 학생들의 수면시간을 조사한 결과다.
 8시 이내 수면을 취한다는 학생이 56.2%로 가장 많았으며 8시간 이상 자는 학생은 72.8%에 달했다. 오늘날 의대생들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경성제국대 의학부 학생들은 공부에 쫓기면서도 충분한 수면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의학부 학생들의 취미생활 1위는 `영화보기’였으며 이어 `독서’ `바둑’ `음악’ `사진’ `산책’ `당구’ `등산’ `장기’ 등의 순이었다.
 일제강점기 `엘리트 산실’이었던 경성제국대를 조명한 `식민권력과 근대지식: 경성제국대학 연구’(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이 출간됐다. 정근식·정진성·박명규 서울대 교수, 정준영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전임연구원 등 6명의 역사사회학 학자들은 이 책에서 경성제국대의 `빛과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들은 `억압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역사인식에서 벗어나 그동안 일제의 잔재로 치부되어온 경성제국대를 연구기관, 교육기관, 대학조직적 측면에서 새롭게 살핀다. 또 경성제국대를 통해 한국의 근대학문 형성 및 수용과정, 근대적 지식인과 엘리트의 등장과정, 지배계급과 학벌이 형성되는 과정도 살펴본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돼 있으며 1부에선 경성제국대가 식민지 사회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조망한다. 2부에선 지식생산과 관련된 경성제국대의 조직과 활동을 살펴보고 3부에선 경성제국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특징과 교육과정을 고찰한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경성제국대는 한국인들의 대학상(大學像)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근대적 학문체계가 한국사회에 수용, 형성, 정착하는 데 중요한 통로가 됐으며 경성제국대 출신 학생들은 남한과 북한 사회 모두에서 사회적 엘리트로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성제국대를 연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을 어떤 것으로 생각해왔으며 대학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가를 탐색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의 대학교육과 학술연구의 배후에 놓인 식민유산이 무엇이며 어떻게 지속하여 왔는지 추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성제국대 학생들의 출신교, 연령, 공부시간과 수면시간, 음주와 흡연, 학자금출처, 신문애독란, 열독 신문, 취직 상황표 등 당시 학생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도 실려 있다.  608쪽. 4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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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좇는 사람들을 위한 호텔

서진 소설 `하트브레이크 호텔’…현대인들의 고독 상상력 입혀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서진의 두 번째 소설 `하트브레이크 호텔’(예담 펴냄)에는 모두 일곱 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담겼다. 부산,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이애미, 워싱턴DC,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통의 장소가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그곳이다. 소설의 처음과 끝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황령산 드라이브 1·2’. 여대생인 화자는 물리학 여강사에게 매력을 느껴 데이트를 신청했고, 함께 영화를 보고 나와 강사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듣는다.
 데이트 끝에 둘이 차를 타고 진한 핑크빛 네온사인이 켜진 하트브레이크 호텔 앞에 도착하는 데서 파트1은 끝이 난다.
 이 아슬아슬한 동성의 사랑 이야기는 책 말미에 수록된 파트2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로 돌변한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주인공이 눈을 떴을 때 강사는 온데간데 없었고 호텔종업원은 주인공을 `할머니’라고 부르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호텔 테이블에 놓인 팸플릿에는 `당신의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드립니다’ `2046년식 중국산 최신 드림머신 입하’ `기억 속에 숨어 있는 연인을 찾아 확실하게 긴 밤을 보낼 절호의 찬스’ 따위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실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그냥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는 것, `사랑의 기억’에 닿기 위한 통로라는 것은 `황령산 드라이브’ 1·2 사이에 수록된 다른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또 다른 수록작 `두번째 허니문’은 사랑스러운 기억이 있는 장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신혼여행 장소인 샌프란시스코 하트브레이크 호텔을 찾은 한 노인의 이야기다.
 호텔에서 노인은 차이나타운의 중국 약사에게서 구입한, 단 한 알이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알약 `Chew-X’를 입에 넣고 눕는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그는 신혼여행 시절로 돌아와 있었고, 이혼하고 사별한 옛 아내가 그의 곁에 있었다.
 인터넷 채팅 형식으로 이뤄진 `미래귀환명령’은 SF 같은 요소가 더 많다. 엘리사는 채팅을 통해 만난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미래에서 파견된 시간여행자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미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하트브레이크 호텔로 가서 `Chew-X’를먹고 잠들어야 한다.
 이렇게 이 소설은 `시간여행’이라는 SF 요소를 등장시켜 사랑의 기억을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몽환적으로 들려준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사랑의 본질과 옛 사랑의 기억을 붙들고 사는 현대인들의 고독이 장르적 상상력을 입고 독특하게 그려졌다.
 2005년 자비출판으로 낸 소설 `하트 모텔’을 `업그레이드’해 이번 소설을 낸 작가는 후기에서 “작가들 중에 정신이 나간 몇몇은 스물네 권짜리로 365명의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온전한 세계를 만드는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 그중의 한 명이 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364쪽. 1만800원.
 
 
 
                    >>신간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 국내 최고 이슬람 전문가로 꼽히는 이희수 한양대 교수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쓴 책이다.
 이 교수는 이슬람을 폭력과 테러를 일삼는 세계라고 규정짓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지적한다. 9·11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 사람이 저지르는 테러는 이슬람 사회의 주류에서 외면당한 소수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이제는 찬찬히 심호흡을 하면서 이성적으로 그리고 실체에 근거하여 이슬람 문제와 이슬람 세계를 들여다보아야 한다”며 “언제까지 서구가 만들어 놓은 오류와 고정관념, 광신의 도그마에 갇혀 그들을 버리고 가야 하는가”라고되묻는다.
 청아. 552쪽. 1만8000원.
 
 
 ▲근대 동아시아의 종교 다원주의와 유토피아 = 장재진 지음.
 인도불교를 전공한 학자가 최제우, 강일순, 강유위 등의 신종교 관념을 종교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고찰한 책이다. 그들의 종교 관념에 자리 잡은 평등이념, 도덕정치, 이상교육, 남녀평등 사상 등을 살피고 그들이 제시하는 유토피아의 실체, 공동체 건설 방법 등을 알아본다.
 산지니. 448쪽. 3만원.
 
 
 ▲인본욕생경 주해 = 안세고 한역·도안 주·월운 주해.
 이름난 전문 역경사(譯經師)인 월운 스님이 난해하기로 소문난 불교학의 고전을주석하고 해제했다. 경전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물음에 대한 답을 현실에서 찾는 `누분포설(漏分布說)’과 불교가 추구하는 이상을 다룬 `혜해탈설(慧解脫說)’ 등 크게두 내용으로 나뉜다.
 동국대학교출판부. 576쪽. 3만5000원.
 
 ▲스토리 성경(전2권) = 월터 웽거린 지음. 손우선 옮김. 전직 목사이자 신학자인 저자가 성경을 드라마틱한 소설 형태로 다시 쓴 책으로 13년 만에 재발간됐다.
 8부로 나뉜 책은 아브라함부터 그리스도의 탄생까지 일관된 흐름에 따라 차례로해석해낸다. 성경 속 등장인물에게 생생한 개성을 불어 넣어 읽는 재미를 높였다.
 이마고데이. 각권 708쪽·424쪽. 각권 2만5000원·1만9000원.
 
 ▲신의 유전자 = 딘 해머 지음. 신용협 옮김.
 생물학과 유전학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의 종교적 행위는 환경과 문화적영향이 아니라 DNA의 유전적 정보에 의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기 초월적 체험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신의 유전자’라고 부른다.
 씨앗을뿌리는사람. 360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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