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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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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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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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옥상에서 군중이 왕래하는 도로를 향해 돌멩이를 던졌고, 한 행인이 그 돌에 맞아 절명했다고 하자. 이때 돌을 던진 행위자에 대한 살인 고의(故意)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행위자는 투석 행위가, 비록 심심풀이였다 할지라도, 행인들에게 위험할 거라는 것쯤은 생각했을 거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돌을 던진 건데, 던질 때의 마음에 따라서 법적 판단은 크게 달라진다. `누군가 이 돌에 맞아 죽을지도 몰라. 그래도 그만이고’ 했다면 살인이요, `설마 그리까지 되기야’ 했다면 그건 과실 치사다. 전자는 이른바 미필적(未必的) 고의며 후자는 인식 있는 과실이다. 예견되는 결과를 용인했는가 아닌가의 행위자 심리상태로 구분하는 법 이론이다.
 미필적 고의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으나 소극적 고의는 인정된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willful negligence’로 표현하는데 직역하면 `고의적 태만’쯤이 되어 우리 형법교과서가 말하는 인식 있는 과실에 오히려 가깝다. 이 용어는 현행 형법 조문에는 없고 다만 법학 교재에  나올 뿐이다. 그리고 미필적 고의범은 판결에서 형량이 작량 경감되는 게 일반적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선거 유세 중 피습 당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팀이 며칠 전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미필적 고의를 들먹였다. 물론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그렇다’는 뜻으로 쓴 말로 이해하고 싶지만 어딘가 적절치도 신중치도 못했다는 게 세간의 생각들이다.
 면도칼처럼 예리한 커터칼을 미리 준비하여 백주에 두 눈 멀쩡히 뜬 사람의 얼굴을 한 뼘 가까이 깊숙이 벤 행위가 사람을 죽일 고의였는지, 미필적 고의 운운할 사안인지, 법을 모르는 사람도 판단할 만하다. 영장청구 이유가 살인미수 혐의인지라 그나마 수긍이 되지만, 고의면 고의지 미필적 고의 운운한 것은 아무래도 보통사람들 생각과 안 맞다 싶어 해보는 소리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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