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으나 소극적 고의는 인정된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willful negligence’로 표현하는데 직역하면 `고의적 태만’쯤이 되어 우리 형법교과서가 말하는 인식 있는 과실에 오히려 가깝다. 이 용어는 현행 형법 조문에는 없고 다만 법학 교재에 나올 뿐이다. 그리고 미필적 고의범은 판결에서 형량이 작량 경감되는 게 일반적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선거 유세 중 피습 당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팀이 며칠 전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미필적 고의를 들먹였다. 물론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그렇다’는 뜻으로 쓴 말로 이해하고 싶지만 어딘가 적절치도 신중치도 못했다는 게 세간의 생각들이다.
면도칼처럼 예리한 커터칼을 미리 준비하여 백주에 두 눈 멀쩡히 뜬 사람의 얼굴을 한 뼘 가까이 깊숙이 벤 행위가 사람을 죽일 고의였는지, 미필적 고의 운운할 사안인지, 법을 모르는 사람도 판단할 만하다. 영장청구 이유가 살인미수 혐의인지라 그나마 수긍이 되지만, 고의면 고의지 미필적 고의 운운한 것은 아무래도 보통사람들 생각과 안 맞다 싶어 해보는 소리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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