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1592~1598) 때 이미 동장군이란 말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7년간의 전쟁 동안 추운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원정군대가 더 고통스러웠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다. 하지만 추위 때문에 왜적을 이길 수 있었다는 전쟁사를 듣지 못했고, 임란 때 동장군이란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근거가 제시된 것도 보지 못했다. 아마 야사이거나 호사가들의 짐작일지도 모를 일이거니와 어쨌거나 동장군이란 게 서민에겐 예나 지금이나 교전 중인 적의 군대보다 무서운 것만은 사실이다.
기세등등한 동장군이 한반도를 괴롭히고 있다. 입춘을 전후한 시점이지만 요 며칠 새 정말 춥다. 며칠전 강원도 및 중부지방과 봉화, 의성 같은 우리고장 경북 내륙의 수은주가 영하 20도 아래위를 넘나들었고 35년만의 추위라고 기상캐스터는 종일 되뇌었다. 어제부터 좀 누그러졌다고 하나 동장군은 2월 내내 오락가락할 거란 예보다. 이번 겨울은 왜 이리도 추울까.
자연현상인줄로만 알았던 동장군의 내습이 알고 보면 사람이 부른 거라고 한다. 무슨 말인가. 조악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녹아내리고, 그 수분이 증발하여 극지방과 중위도 사이의 대기 경계선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의 세력을 약화시킨다. 울타리가 약해지자 극지방 주위 상공의 차가운 공기덩어리는 중위도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찬 공기덩어리 때문에 중위도 지역인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나라에 한파와 폭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결국 한파의 원흉은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가 불러오는 지구온난화란 이야기이다. 온난화의 주된 귀책사유는 석유 등속의 화석연료 과다사용이란 건 다 아는 일인지라 귀꿈스럽게도 온난화 걱정을 하게 되는 올 겨울이다. 혹독한 동장군 치하에서 뜬금없이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을 걱정하게 되는 역설의 겨울을 지금 우리는 보내고 있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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