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청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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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청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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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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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약용(丁若鏞)은 시쳇말로 하면 `국민 스승’으로 일컬어질 선비다. 그의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옛 월맹의 지도자 호치민도 탐독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이 목민심서에 상산록(象山錄)을 인용해 청렴의 세 등급을 언급한 대목이 있다.
 이를 간추리면-. 봉록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않으면 최상급이다.먹다가 남은 것도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 청렴이다. 봉록 이외에도 그 명목이 정당한 것만 먹고 먹다 남은 것도 집으로 실어가면 그 다음이다. 최하급 관리는 이미 규례(規例)를 이룬 것이면 정당하지 않아도 먹는다. 다만 악례(惡例)를 먼저 만들지는 않는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청렴도 평가에서 경북과 대구가 12위와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16개 광역단체 가운데 밑바닥 인 꼴이다. 그나마 부패인식과 금품 향응 수수 기대 항목에서 9점을 넘어섰으니 다행이다 싶다. 민원인들의 이의제기 용이성같은 항목이 5점대이어서 평균점수를 깎아먹은 것인가? 그런데도 비리 사건은 아직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의식 따로, 실행 따로 현상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영국작가 리드가 이런 말을 했다. “소셜 애텀(social atom) , 즉 `「대인적(對人的) 호감과 혐오감」의 산출 시간을 줄이고 사회적 개인의 지위를 높이려면 작은 돈봉투의 운용부터 능숙해야 한다.” 이른바 `촌지(寸志)’의 효용성을 비꼰 말이겠다.리드의 이 말을 인용하며 같은 액수를 받아도 촌지인 사람도 있고, 촌지의 10배인 척지(尺志), 그 10배인 장지(丈志)인 사람도 있다는 줄거리로 쓴 글을 읽은 생각이 난다.
 본래 촌지는 호의와 정성을 버무린 순수성을 지녔었다. 그것이 시대상과 더불어 `뇌물’이 되고 만 것이다.그리되니 부패가 따라붙고 들통나면 `대가성 논쟁’을 벌이며 발뺌하려든다. `정성’일 뿐 `뇌물’은 아니라는 논리다. 최하급 청렴이 이런 것이 아니길 바란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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