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의 데모는 가라앉았다. 열자(列子) 황제편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고사로, 영악한 자가 어리석은 이들을 속여넘기는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어린 백성’의 마음을 얻을 꾀를 짜내야 할 계절이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반값 공급’을 정책인지, 공약인지 여야가 한 목소리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아파트 한 평 값이 천만 원 시대를 지나 2000만까지 운위되는 오늘날 절망에 빠진 서민들이 뭔 소린가 싶어 귀가 솔깃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건설교통부 주택정책 최고 책임자가 이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대지는 국가가 주인이 되어 빌려주고 건물만 개인 분양을 한다는, 야당의 이른바 `대지임대부’ 정책이라면 그건 `제값 아파트’이지 `반값’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말장난’으로 자칫 국민들에게 허황된 기대와 환상을 심어주게 될 거라고 꼬집었다.
그가 말은 안 했지만 열린우리당의 환매조건부 반값 정책도 싸잡아 나무란 듯하다.
`반값’이라는 용어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건데, 듣기에 따라서는 조삼모사란 말을 상기하기에 충분하다.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수뇌부가 발끈하여 정부 쪽 사람들을 단단히 혼내주고 길들이겠다는 태세다.
어쨌거나 땅이 등기가 안 되거나, 나중에 팔 때 사들인 값 비슷한 값으로 정부에만 팔 수 있는 아파트라면 `반값짜리’가 아니라 정부 관리의 말처럼 `반쪽 사과를 반값에 파는 것’일 뿐인 듯하다. 싼 게 비지떡임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인지라 그런 `반값짜리’ 아파트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도 뻔하고….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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