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국의 두보(杜甫)도 고백행(古柏行)을 읊었다.“제갈공명의 사랑 앞에 /한 그루 늙은 잣나무가 있어/가지는 청동같이 힘차게 뻗고 /…/옛날부터 재목이 크면/쓰여지기 어려운 것이다.” 늙은 잣나무는 바로 제갈공명을 일컬음이었다. 이광수의 산중거(山中居) 한 대목도 인용할 수 있다.“귀여운 단단한 껍질 속에 엷고 보드라운 비단으로 싼 하얀 알맹이! 다람쥐가 좋아하는 것!”
시공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잣나무다. 그런데 드디어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잣나무에도 소나무 재선충병이 번지고 만 것이다.경기도 광주시 초월읍과 중대동 잣나무 숲에서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죽은 7그루가 발견됐다고 한다. 경기도는 잣산지다.산림면적의 12.4%인 6만6000㏊를 잣나무가 차지한다.
그러잖아도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들의 걱정거리였다. 잣나무와 소나무는 4촌이 아닌가.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1988년 부산에서 처음 재선충병이 발생한 이래 18년만이다.재선충은 이제 대담해졌다.야금야금 영역을 넓히지 않는다. 날아다니듯 한다. 경북 안동에서 강원 강릉으로, 다시 경기 광주로…. 모두가 100 몇 십㎞나 되는 거리다.
무엇이 재선충을 실어나르는가? 거미줄 같은 도로망이다.밀반출 소나무에 무임승차만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일이 터지면 검문을 강화하느니 어쩌느니 호들갑을 떨지만 그 때 뿐이기는 언제나 마찬가지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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