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 재선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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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 재선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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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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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날 내가 등극하는 날 만일 그대를 잊는다면 이 잣나무와 같으리라.” 대궐 뜰 잣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며  선비 신충에게 했던 약속을 효성왕은 깜빡잊었다. 상작(賞爵) 명단에서 빠진 신충이 원망하는 글을 써붙이자 잣나무는 금세 누렇게 말라버렸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왕이 신충을 부르자 잣나무는 다시 푸르름을 되찾았다.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간추린 것이다.
 옛 중국의 두보(杜甫)도 고백행(古柏行)을 읊었다.“제갈공명의 사랑 앞에 /한 그루 늙은 잣나무가 있어/가지는 청동같이 힘차게 뻗고 /…/옛날부터 재목이 크면/쓰여지기 어려운 것이다.” 늙은 잣나무는 바로 제갈공명을 일컬음이었다. 이광수의 산중거(山中居) 한 대목도 인용할 수 있다.“귀여운 단단한 껍질 속에 엷고 보드라운 비단으로 싼 하얀 알맹이! 다람쥐가 좋아하는 것!”
 시공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잣나무다. 그런데 드디어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잣나무에도 소나무 재선충병이 번지고 만 것이다.경기도 광주시 초월읍과 중대동 잣나무 숲에서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죽은 7그루가 발견됐다고 한다. 경기도는 잣산지다.산림면적의 12.4%인 6만6000㏊를 잣나무가 차지한다.
 그러잖아도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들의 걱정거리였다. 잣나무와  소나무는 4촌이 아닌가.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1988년 부산에서 처음 재선충병이 발생한 이래 18년만이다.재선충은 이제 대담해졌다.야금야금 영역을 넓히지 않는다. 날아다니듯 한다. 경북 안동에서 강원 강릉으로, 다시 경기 광주로…. 모두가 100 몇 십㎞나 되는 거리다.
 무엇이 재선충을 실어나르는가? 거미줄 같은 도로망이다.밀반출 소나무에 무임승차만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일이 터지면 검문을 강화하느니 어쩌느니 호들갑을 떨지만 그 때 뿐이기는 언제나 마찬가지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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