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만 포항시민의 힘이 기부문화 확산 원동력”
  • 글 이진수·사진 임성일기자
“53만 포항시민의 힘이 기부문화 확산 원동력”
  • 글 이진수·사진 임성일기자
  • 승인 201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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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내 300억원 조성 국내 최초

▲ 박승호 포항시장은 “장학기금 조성에 도움을 준 모든 기부자들의 이름을 새긴 `시민 명예의 전당’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박승호 포항시장, 장학기금 300억원 달성

 

 초등생·장애인·노인까지 참여
 기업 이윤 사회환원도 큰 몫

 돈없어 학업 포기하는 일 없어야
 실질적이고 근본적 방안으로
 장학금 지원·포항학숙 설립 나서

 모든 기부자 이름 대리석에 새긴
`시민 명예의 전당’ 내년 6월 조성

 

 

 박승호 포항시장은 “장학기금 300억원 달성은 포항의 기부문화를 확산시켰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5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장학기금 300억원 달성의 의미는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초등생의 어린 고사리손으로부터 몸이 불편한 장애인,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여노소, 각계 각층을 막론하고 장학기금 조성에 십시일반으로 참여했다”며 “이는 53만 포항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기부문화의 확산이다”고 강조했다.
 초여름의 날씨 탓일까. 혹 300억원 달성이라는 안도감일까. 박 시장은 이날 와이셔츠 차림의 편안한 복장이었다.

 - 300억원 장학기금 조성 계기는 무엇인가.
 “1990년부터 (재)포항시장학회에서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있었다. 18년 동안 30억원을 조성했다. 학생 한명당 1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 기금으로 다수의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학기금의 확대가 필요했다. 30억원의 10배인 300억원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냐 생각했다. 2008년 6월, 향후 4년동안 `300억원’조성이라는 목표를 설정,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 300억원은 큰 액수다. 조성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렇다. 주위에서 `무리’다며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박 시장, 욕심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조성 첫해인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기업들이 기부금 출연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지역 인재양성이라는 좋은 취지였으나 현실적인 어려움도 따랐다. 난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2만 구좌에 1만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6월 현재 300억원을 초과한 323억원을 조성했다. 참으로 대단하다. 어린이들은 돼지 저금통을, 노인분들은 구겨진 지폐를 들고 왔다. 여러 곳의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을 이룬 것이다.”
 어느 회사원은 자신의 지갑에서 10만원을, 재래시장에서 좌판을 놓고 장사를 하는 70대 할머니는 손주같은 학생들을 위해 손때묻은 3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박성하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을 다음에 가겠다며 신혼여행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중·고등학교 6년동안 장학금을 받았다며 2009년 8월부터 매월 10만씩을 정기적으로 기탁하는 나영례씨. 2010년 5월 첫 월급의 1%를 장학금으로 기탁한 중증장애인들로 설립된 `포항 바이오파크’직원들. 늘 도움을 받던 학생들이 나도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며 작은 정성을 모은 `포항 명도학교’ 학생들. 모두가 하나같이 아름답고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지역 기업들도 나섰다.
 2010년 12월 포스코가 100억원을 기탁했다. 대구은행 40억원, 삼구건설 10억원, 대신철강 6억원, 새마을금고 포항시협의회 5억원 등이다.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며 기업과 지역의 상생이다.

 이들 기업은 “지역 인재양성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300억원 조성 후 느낀 점은.
 “4년 안된 기간에 300억원 조성은 국내 최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것이다. 시민들의 역량을 모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시장 개인만이 아닌 53만 포항시민 모두의 자신감이다.”
 경북지역의 장학기금은 영천시장학회가 2002년 12월 장학기금 조성에 들어가 현재 114억원을 조성했다.
 또 예천군민장학회 105억원, 경주시 104억원, 구미시 103억원, 경산시 100억원, 김천시 77억원, 안동시 77억원, 상주시 65억원, 영덕군 56억원, 의성군 50억원 등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수년전부터 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 장학기금 운영 방안은 어떠한지.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는 사회적 비극이며 국가적 손실이다. 기성세대는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장학기금으로 총 600명(대학생 500명·고교생 10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대학생 한명당 연간 200만원, 고교생은 100만원이다. 연간 12억원이 들어간다. 장학금은 1~2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후세에까지 연연히 이어진다. 기부문화와 함께 감사문화 조성이다.
 특히 장학기금으로 서울에 `포항학숙’을 설립한다. 포항에서 가까운 영남대, 계명대, 경북대, 대구대 등에 해마다 상당한 액수의 출연금을 내고 있다. 이는 포항 출신 학생들의 대학 기숙사 생활을 위한 것이다. 사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공부하는 학생 및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등록금과 함께 가장 큰 부담은 하숙비 또는 월세, 전세 등의 방 구하기다. 숙식 해결에 따른 경제적, 정신적 손실과 고통이 상당하다.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해 학숙(기숙사)을 설립하는 것이다. 포항학숙은 서울 신촌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100억원(장학기금 50억원·시비 50억원)으로 부지 또는 건물을 매입해 150명~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 있다. 포항시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께 본격화될 것이다. 이곳에는 고향을 떠난 포항 출신 학생들이 경제적, 정서적 안정속에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지원해 준다. 장학금을 받은 것보다 훨씬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이다.”
 현재 전국의 학숙 가운데 `남도학숙’이 가장 유명하다. 남도학숙은 광주 및 전남 출신 학생들이 서울에서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278억원의 재원으로 1994년 2월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 많은 시민, 기업들이 참여했다. 기부자에 대한 예우도 필요할 텐데.
 “지금까지 기부문화도 부족했지만, 기부자에 대한 예우도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기부자에 대한 예우로 이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할 것이며 사회도 그만큼 윤택해진다. 2009년 4월부터 장학기금 3회 이상 기부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들이 장학생 선발 대상이 되면 우선 선발토록 한 것이다. 9일 포항항 개항 50주년 및 시민의 날을 맞아 형산강 둔치에서 `장학기금 300억원 달성 기념식’을 갖는다. 이날 장학기금 추진위원회 최무도, 이형팔, 최영우 공동위원장 등 7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한다.
 특히 내년 6월 포항시청 중앙홀(2층) 벽면에 가로 8m, 세로 5m 규모의`시민 명예의 전당’을 조성한다. 이곳에는 만원이라도 기부한 모든 기부자의 이름이 대리석에 알알이 새겨진다. 기부자 전원의 이름을 새기는 것은 국내 최초이다. 세월이 흘러도 후세들이 본받아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장학기금 조성으로 성숙한 포항시민 의식을 느꼈다. 시장으로서 자랑스럽다. 기부와 감사의 문화가 확산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포항을 만들고 싶다.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 생산 현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기업.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글 이진수·사진 임성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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