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열정 젊음 … 거리의 춤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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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열정 젊음 … 거리의 춤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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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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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 '만장크루'
 
 “나는 춤을 추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1등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난 보여줄 것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인 비보이를 모델로 국내 한 은행의 파격적인 기업PR광고가 화제가 되고 있다.
 비주류, 하위문화였던 한국의 비보이들이 화려하게 차세대 한류 상품으로 떠올랐다.
 젊은이들의 버릇없는 놀이문화로만 여겨졌던 길거리 춤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 신나는 리듬에 움직이는 동작은 신기하고 재미있다.
 추운 겨울을 땀으로 극복하고 있는 젊음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곧 있을 정기공연 준비로 늦은 시간까지 연습중인 만장크루 맴버들, 그들은 목표가 있기에 따가운 시선과 육체적인 고통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포항유일 스트릿 댄스팀
자부심 큰 만큼 부담도 커”

 
“곱지않은 시선 아직 많아
춤이 좋아 추는 것일 뿐”

 
 
 
 
 낯선 힙합음악이 연습실을 진동시키더니 젊은이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강렬하게 움직였다.
 강렬한 비트로 천장을 꽝꽝 울리는 힙합 리듬에  몸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두 다리를 쭉 뻗어 빙글빙글 회전을 하는가 싶더니 `ㄱ’ 자 모양으로 다리를 꺾으며 순간 멈춤(freeze). 그러다 이내 팽팽하게 탄력 받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지난 3일 늦은 밤 포항시 남구초등학교 근처 건물 3층 연습실. `만장크루’의 겨울 연습이 한창이었다.
 온 몸이 땀 범벅인 멤버들 서로 동작을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비보이 그룹을 취재하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이태윤(29) 단장은 “비보이 댄스는 한 장르에만 국한된 용어이구요. 길거리 춤이라는 의미의 `스트릿 댄스(street dance)’라고 하는게 맞아요”라며 “스트릿 댄스안에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B-boy를 비롯해 팝핑, 힙합, 락킹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만장크루’는 포항지역에서는 유일한 스트릿 댄스 팀이다.
 이 단장은 “포항에 다른 팀이 없어서 `지역 최고의 댄스팀’이라 자랑하고 다닌다”며 웃었다.
 “포항에 다른 팀이 없기 때문에 더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춤을 춰야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다”고 mp3로 음악을 맞추던 최병희 부단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29살 이 단장을 비롯해 이들의 연령층은 평균 20대 초·중반. 한국 댄스계에서 비교적 많은 편에 속한다.
 스트릿 댄스 경력 9년째인 이 단장은 “춤을 추는 것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춤이 활성화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40대 춤꾼들의 활동도 왕성하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은 일년에 딱 한번있는 무대 공연 준비로 다들 바쁘다.(12일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거리에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자유롭게 춤을 추지만, 정식 무대를 통해 지난해 계발한 춤을 선보이고 `스트릿 댄스’문화를 알리는 발표회장이다.
 힙합댄서 김상엽(25)씨는 “일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생각이다”며 “팀의 성장을 한눈에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멤버들은 연습 내내 브레이크 댄스에서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딱딱함에서 벗어나, 부드러우면서도 신명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곡예 같은 격렬한 동작의 연속인 브레이크 댄스를 비롯해 일정한 리듬에 맞춰 추는 힙합댄스는 화려함과 박력을 자랑했다.
 온몸을 뒤틀거나 몸 전체에 웨이브를 넣는 걸스힙합은 여성의 섹시미까지 표현해 매력적이다.
 화려한 춤사위 틈으로 보이는 이들의 애띤 모습에 간혹 곱지않은 시선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만장크루 멤버들은 “제발 삐딱하게 보지 말아달라”고 입을 모았다.
 멤버들 중 가장 반대가 심했던 사람은 팝핀을 추는 유승환(24)씨다.
 그는 한 때 부모-자식간 인연이 끊어질 위기가 있을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일을 인정해주시고 응원도 보내주신다.
 유 씨는 “우리를 불량스럽게 바라보지 말아달라”며 “오히려 `꿈’을 쫓아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는 건전한 젊은이 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도 “최근에 우리나라 비보이가 세계 최고 수준인걸 많이 알려졌지만, 지방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우릴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울 때가 많다”고 거들었다.
 이들에게는 목표가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불고있는 스트릿댄스 문화를 포항에서도 건전하게 정착시키고,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
 어른들은 길거리 아이들의 `불량한 짓’으로 치부할 지 모르지만 `발레나 재즈처럼 예술의 한 장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 단장은 “길거리 춤도 이젠 하나의 문화”라며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고 조금만이라도 마음을 열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브레이크 댄스가 발레나 재즈처럼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겁니다”라며 젊은이들의 가볍고 불량스러운 문화로 그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멤버들은 “춤이 좋아 추는 것일 뿐이다. 춤출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발전적 예술 활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무대를 기대하라고 자신했다. 
 
글/남현정기자 nhj@
사진/임성일기자 l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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