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짜리 입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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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짜리 입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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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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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통성명을 하는 자리에선 으레 명함 주고받기가 따르게 마련이다.한눈에 봐도 재생지를 활용한 명함도 있고, 좀처럼 찢어지지 않을 `코팅 명함’도 있다. 자신의 사진을 넣기도 하고 `장(長)’자가 붙은 직함을  빼곡하게 적어넣기도 한다.
 이은상(李殷相)은 이 명함을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눴다. 그의 `명함과 자존심’이라는 글 가운데 한 대목을 옮겨본다.“두꺼운 고급종이에 훌륭한 관·공직명을 큰 글자로 박아넣고, 본적이며 현주소며 관공 직장전화와 자택전화 등등 완전히 한개의 비망록을 꾸며놓은 듯한, 화려하다기 보다는 왁자지껄한 명함도 있는 대신, 어떤 것은 얇은 종이에 외롭게도 이름 석자만 도토리알처럼 나와박힌 초라한채 소박한 명함도 있다.”
 명함이나 간판이나 본질은 같다. 명함이 진화했듯 간판 또한 진화를 거듭했다. 자가 홍보와 과시에 겸손이란 아예 씨도 먹히지 않을 소리다. 공공기관의 간판일수록 위세를 떨치려는 듯 더욱 그렇다. 이은상의 말마따나 `왁자지껄’하다.
 1000만원짜리 입간판 설치를 둘러싸고 포항시청과 시의회 사이에 한랭 전선이 깔렸다고 한다. 포항시의 단독 입간판에 비위가 상한 듯 시의회 의장단의 불호령이 내렸다는 소식이다.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는 이야기다. 포항시의 벌레씹은 듯 했을 표정이 떠오른다. 입간판이 왜 필요하냐고 되묻는 시민도 많을 것이다. 이미 랜드마크가 돼버렸는데도 새 청사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호화 입간판이 두 개이니 2000만원이 날아가버렸다.
 자기 과시도 좋고 자존심 살리기도 좋지만 그 돈은 누가 내는지 생각 좀 해줬으면 좋겠다. 기획예산처에 `예산낭비신고센터’가 있다. 엊그제 예산낭비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곳에 신고할 게 하나 생겼다고 킬킬거리다 보니 슬그머니 부아가 치민다. 높은 분들은 세금을 `혈세’라고 부르는 까닭을 알고는 있는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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