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건물의 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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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건물의 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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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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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둔 짐뭉치에 기대 누운 순이의 할아버지는 뼈끝까지 추움이 사무쳤는지 한결같이 떨며 끙끙 앓기만 하고 순이의 어머니는 수건을 푹 내려쓰고 팔짱을 낀 채 역시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백신애/꺼레이> 너나없이 어렵게 살던 시절 온갖 신산(辛酸)을 맛보는 어느 가족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르는 글이다.
지금이야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창틀 덕분에 한겨울에도 찬바람에 떠는 집이 드물다. 그러나 난방 시설마저 부실했던 시절엔 `황소바람’에 시달려 `고뿔’을 달고 다니던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비좁은 틈바구니로 세차게 들어오는 칼바람이 황소바람이다. 황소의 듬직한 모습과는 걸맞지 않는 이름이다.
그러면 추위는 가난한 사람들만의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허풍을 조금 보태면 포항시 신청사는 마치 아방궁 같다. `억’소리가 1000번은 나올만큼 많은 돈을 들였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렇게 호화롭고 첨단시설로 중무장한 건물에 난로가 제철을 만난 곳이 있다. 포항시의회 사무국이 바로 그 `한대’다. 보름이나 추위에 떨다가 창고에서 난로를 꺼내왔다고 한다. 난방기가 제 구실을 못한 탓이다.이런 현상을 이야기할라치면  봉욕(逢辱)을 당하느니 죄없는 돼지다. 돼지코에 진주가 어떻다느니 해가며 조롱을 멈추지 않는다.`황금돼지’를 떠받들 때와는 사뭇 달라진 사람들이 야속할 지경이다.
한 관계자는 “첨단 시스템을 갖춘 건물을 관리해 본 경험이 없어 그렇다”고 했다고 한다. 통과의례라는 것인가.건물은 큰데다 첨단 시설이 손에 익지도 않았고, 관련부서까지 많다보니 서로 손발이 맞지않아 일어나는 혼선이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 속담에 `보지못하는 소 멍에가 아홉’이란 것이 있다. 능력은 달리는데 책임이 과중할 때 쓰는 표현이다. 최첨단 건물에 구식 난로라니 이런 코미디가 어디 또 있을 지 궁금하기도 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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