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스님 인자한 미소에 수행의 큰뜻 알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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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스님 인자한 미소에 수행의 큰뜻 알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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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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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도량 문경 봉암사
조계종 사찰 2500곳중 유일하게 일반인 금지
25년간 山門 폐쇄해 禪僧 수행도량으로 보존
스님 60여명`10개월 결사’ 동안거 용맹정진

1년중 딱 하루, 석가 탄신일만 문을 여는 절이 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희양산(998m)에 자리를 잡은 봉암사(鳳巖寺·주지 함현스님)다. 속인은 물론 먹물옷을 입은 중이라고 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니라, 우리 땅에서 가장문턱이 높은 절이다. 왜 이렇게 문턱이 높은가? 한국 불교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는 달마조사의 선맥을 이어왔는데  그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구산선문이 근간이 된다. 그 구산선문중 하나가 희양산문의 종찰인 봉암사다 해방직후인 1947년에는 성철을 비롯해 청담 자운 향곡 월산 혜암 법전 등이 봉암사에서 한국불교를 바로잡고자 다짐을 하고 수행에 들어갔다.이 것을 봉암결사라고 한다(여름과 겨울 3개월 안거에 들어가는 것을 결제라 하고 9개월 이상을 결사라한다) 하안거·동안거엔 100~130명 정도의 스님들이 결제에 들어가는데, 오겠다는 승려는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워낙 규율이 엄해 웬만한 사찰의 주지들도 쫓겨나간다고 한다 


 


지난 22일로 `봉암결사 60주년’을 맞았다
24일에는 `봉암결사 60주년’을 맞아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봉암사를 찾았다.
지관스님이 방문했을 때 태고선원에는 지난해 하안거 이후 `10개월 결사’에 들어간 수좌 23명을 비롯해 경내 성적당(惺寂堂)에서 동안거 수행중인 스님 20명, 기본선원에서 수행중인 사미승 20명 등 모두 63명이 정진하고 있었다.
문밖 출입을 삼간 채 9개월째 정진 중인 선원장 정광스님은 지관스님을 맞이하러 나와 “평생 수행 정진에 몸담고 살아야 하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항상 힘들고 어렵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정광스님은 “선원의 엄격한 청규(淸規)를 지키지 못해 3분의 1 정도는 중간에 퇴방했다”면서 “참선수행은 부처님의 지혜와 덕성을 현실에서 이루자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인류의 삶에 지극한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봉암사는 선승들에게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오늘날 조계종의 수행 종풍은 성철·자운·우봉·보문·청담·향곡스님 등을 중심으로 펼친 이른바 1947년 `봉암사 결사’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억불정책과 일본 강점기에 왜색화한 한국불교에 “부처님의 법대로 살자”며 비불교적 요소를 척결하고 선수행의 종풍을 세운 터전이 봉암사였다. 성철스님 등은 법당에 칠성탱화, 산신탱화 등을 없앴고, 스님들이 손수 농사를 짓고 밥을 해먹는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등의 공주규약(共住規約)을 제정하는 등 지금의 수행가풍을 만들었다.
봉암사 결사는 빨치산 등의 출몰로 인해 1950년 3월 동안거 해제 후 해체됐지만여기에 참여했던 청담.성철.혜암.법전스님 등 4명이 조계종 종정이 됐고, 자운.월산,성수스님에서 지금의 지관스님에 이르기까지 7명의 총무원장이 탄생했다. 대중공양을 위해 봉암사를 찾은 지관스님은 “이십대 초반 이곳에 머물 때 빨치산들이 내려와 목숨을 위협하면서 식량을 모두 거둬간 일을 직접 겪었다”고 회고하면서 “당시 결사의 정신을 되살려 수행가풍과 대중원융살림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지 함현스님은 “봉암사 결사가 한국불교의 수행가풍을 만드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그것이 한국불교의 전부는 아니다”면서 “중요한 것은 한국불교의 선풍을 흔들리지 않고 계속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암사는 안거가 끝나도 50명 이상 상주하며 수행 정진한다”면서 “1980년 신군부에 의한 10.27법난이나 1994년 조계종 사태 등 고비마다 봉암사 대중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직책에 연연하지 않고 선승의 자리로 돌아올 수있는 수행자의 마음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1982년 산문 폐쇄 후 일반인의 입산을 금지하기 위해 매일 스님 15명이 무전기를 들고 산을 지키러 나선다”면서 “이러한 엄격함 때문에 수행도량의 자리를 온전히 지키고 있으며, 희양산 일대가 생태보존지역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함현스님은 “선승들에게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봉암사는 조계종 사찰 2500여곳 가운데 유일하게 문을 열지 않는 곳”이라고 말하고 “이러한 자긍심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수행중인 스님들의 선방 공개를 끝까지 거절했다.

동안거(冬安居)란?
불교에서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승려들이 바깥 출입을 삼가하고 수행에 힘쓰는 일을 동안거라 한다.
여름의 하안거에 대응하는 말이다. 한국 불교에서는 음력 10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와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1년에 두 차례를 각각 동안거와 하안거라고 해서 산문 출입을 자제하고 수행에 정진하는 기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안거제도라 하는데, 이 제도는 석가가 살아 있을 때부터 시행되어 왔다.
본래 출가한 수행자들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우기가 되면 땅속에서 작은 벌레들이 기어나오기 때문에 길을 걸어다니다 보면 벌레들을 밟아 죽일 염려가 있었고 또 교통이 불편한 데다가 각종 질병이 성행하는 경우도 있어서 돌아다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석가는 제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우기의 3개월 동안 돌아다니는 것을 중지하도록 했는데, 여기에서 안거가 유래하였다.

 

문경/전재수기자 j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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