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구두도 두 켤레 이상 가진 자, 양복도 두 벌 이상 가진 자들은 각각 한 벌씩만 남겨두고 모조리 내놔야 할 것이다.” 이쯤에서 사람들은 하나 둘씩 슬그머니 연설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누구나 구두는 두 켤레 이상씩 가졌고 양복도 두 세 벌 정도는 소유했기 때문이다. 청중들의 환호성과 열광에 도취되었던 공산주의자의 열변은 어느새 공허하게 허공을 맴돈다. 어느 우화 작가의 어떤 작품 포맷이다.
참공약 실천을 뜻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활발히 펼쳐졌지만 후보들의 공약은 소용이 없었다.
성난 민심은 그저 집권세력들에게 따끔한 본때를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여당에 사상 유례 없는 참패를 안겼다. 집권당과 정부의 하는 양이 오죽 못 마땅했으면 야 15대 여 1이라는 전국 시도지사 선택을 연출했겠는가.
끝없이 치솟기만 하는 집값을 잡고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을 실현시켜준다며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낼 때까지만 해도 남의 일로 생각했던 서민들이 막상 한 채 가진 아파트 공시가격을 잔뜩 올려 작년보다 세금이 두 배는 족히 더 나오도록 만든 정권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이번 선거결과다. `구두’마저도 한 켤레씩만 소유하도록 강제하려는 데 대한 국민의 견제일 수도 있다. 여당은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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